<사진 : http://yurion.net/2210>에서 캡처
지명수배자 제3호 / 심은섭
-가을-
어떤 제보자는 붉은 여권을 소지한 적국赤國의 첩자라고 했고, 누구는 팔월의 용광로형무소에서 가석방된 쑥부쟁이라고 소리쳤다 그가 대관령 7부 능선까지 떼 지어 내려왔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꽃뱀의 내장이 궁핍해지고, 태양은 체중을 줄이기 시작했다
삼복더위에 늑골을 조이던 귀뚜라미는 나사못처럼 풀어지며 서럽게 운다 물렁하던 각설탕이 다시 각을 세운다 한 접시의 푸른 여자들이 달게 익어간다 십구공탄은 뜨겁게 교접할 화덕을 찾아 나섰고, 온 몸에 화상을 입은 숲들은 황금빛 훈장을 달고 있다
된서리가 지상을 점령할거라는 기상예보가 들려온다 고층빌딩이 한낮에도 귀를 닫는다 유기견들은 직립으로 걷고, 수척해진 갈색 부고장들은 뒷골목으로 몰려다닌다 우주를 떠받치던 그가 흰 언어의 파쇼나라로 떠나간다 다크서클이 무릎까지 내려와 있다
-2014년-<시사사>-9~10월호에 발표
'나의 자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비게이션 / 심은섭 (0) | 2015.01.07 |
---|---|
어떤 손수건 / 심은섭 (0) | 2015.01.07 |
꽃게의 반복-심은섭 시인 (0) | 2014.09.29 |
7번국도 / 심은섭 (0) | 2014.03.27 |
또 왕벚꽃 / 심은섭 (0) | 2014.03.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