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엔 산사의 풍경소리가 어둠을 저어 오고 새벽엔 스님의 목탁이 여명을 가른다. 발아래
계곡의 물살은 밤낮으로 기암절벽을 안고 쏟아지며 한낮은 폭포에서 흩뿌리는 물보라가 무
지개를 띄운다. 동해의 아침햇살이 제일 먼저 찾아들고 서산의 낙조가 오래 머무는 곳이다
-본문 중에서-
산사에서 들려오는 나즈막한 풍경소리가 있는 깊은 산중, 백두대간을 그려놓은 듯한 동양화의 한 폭이다. 이렇듯 정현교 작가의 몸 속에서는 늘 밝은 빛이 비추고 있고, 여백의 생활공간이 넓다하겠다. 그것은 그가 이끌어가는 작품의 속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대목들이다. 신령이 자연을 보는 모습을 그대로 옮겨 담아 놓은 듯하다. 이 소설에서 또 하나의 교훈은 손자병법에서 주는 교훈을 그대로 얻을 수 있다는 데 있다.
토종꿀벌은 성격이 온순해 장수말벌의 적으로는 분류되지 않는다. 하지만 어느 집단도 믿을 수 없는게 바로 자연의 세계이다
-본문 중에서-
정현교 작가는 아무리 죽고사는 세상이라지만 결코 아무것이나 죽이는 인간의 세상과는 다른 면면을 이 작품을 통하여 보여주려 한다. 결코 같은 생존을 위해 싸우지만 나보다 약한 상대는 적으로 간주하지 않는 적어도 지켜야할 기본적인 정도를 일깨워 주고 있다. 산사의 스님들이 하안거와 동안거를 하는 모습에서, 또는 인간은 자연을 모방하고, 모방한 그자연으로부터 지혜를 얻는다고 하지만 인간은 인간일 뿐이다. 하여, 인간이 인간일뿐이라는 것을 명징하고 극명하게 보여주기 위해, 그리고 이 소설을 통하여 알지 못하던 도 다른 세계에 대하여 깨달음을 가져야 하는 인간들에게 던져주는 메시지는 참으로 그 울림이 크다 하겠다.
손에 들린 창칼도 거추장스러웠다. 남감없이 훌훌던져 버렸다.
몸도 마음도 한 결도 가벼웠다. 하늘을 향해 날아올랐다. 아주 높이,
꿀벌 여왕이 기다리리고 돌체가 있는 곳으로 날개짓을 했다
위에서 예시된 본문 중의 이 귀절은 신으로부터 받은 집게턱과 금육질의 다리와 같은 공격적인 무기로 백두대간을 평정하며 육식성 곤충으로서의 입은 혜택은 결국 오만이 빚어낸 참극으로 끝난다는 일말의 의미심장한 의미를 부여하며 종결짓는 구절이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은 어디엔들 없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반달곰으로부터 공격을 받은 그들은 지금까지 누려온 자연생태계에서의 혜택은 한낮 자만에 빠진 꿈이었음을 스스로 인정한다. 그리고 모든 것을 버린다. 해탈의 경지는 깨달음에서 오는 것처럼, 그들은 이제 깨달음에 득도한 것일까. 무소유로 돌아간다. 이것은 오랜 기자생활에서 얻은 정현교 소설가의 운명인지도 모른다. 모든 짐을 버리고 가벼운 어깨로 낯선 길을 떠나고하는 그의 운명이며, 모든 인간의 운명인지도 모른다.
[시인.문학평론가 / 심은섭]
아래 <첨부파일>에서 사진 참고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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