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중앙신인문학상 시 당선작]
진열장의 내력 / 임경섭
시 당선소감“꿈에 그리던 별 따다가 내 방에 걸어”
일러스트=강일구 기자 ilgoo@joongang.co.kr
그림자는 아무도 기대지 않은 벽에서 몰려와 잡풀 무성한 골목 안에 슬며시 몸을 풀어 놓고 갔다. 그런 날 밤이면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 친구의 고층 아파트를 찾아가곤 했다. 나를 달로 화성으로 북극성으로 날라다 줄 것 같던 사각의 방. 한 번도 눌러 보지 못한 비밀의 버튼은 꽤나 높은 곳에 매달려 반짝였다. 별을 딸 수만 있다면 누구나 쉽게 올라탈 수 있던 공중의 꿈들.
낙선을 반복할 때마다 시 쓰기란 부질없는 짓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으나, 끝까지 펜을 놓지 않을 수 있었던 힘은 어머니의 유언에 있었다. 어머니와 마지막 순간 꼭 좋은 시인이 되겠다고 약속한 지 7년 만에 당신과의 약속을 절반 지킬 수 있게 되어 기쁠 따름이다. 하늘에서 얼마나 흐뭇해하고 계실지, 그 미소가 오늘 밤 계속 아른거린다. 사랑하는 어머니와 이 영광을 함께하고 싶다. 아직 너무도 부족한 나에게 시 쓰는 것을 허락해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끝까지 살아남는 시인이 되리라는 약속과 함께 깊이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 그리고 고등학교 시절 이토록 반짝이는 언어의 빛들을 처음 알려주신 양승준 선생님께 감사드린다.
단 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모두 낙선을 하게 되어 있다. 낙선한 한 사람으로 이 글을 읽을 것이다. 최소한 유심히 읽을 만한 사람은 그 낙선자일 것이다. 그러나 그들 중 누구도 심사소감에 동의할 사람은 없을 듯싶다. 실은 심사소감처럼 상투적이고 설득력 없는 글도 없다. 시대가 변해도 사람이 바뀌어도, 심지어는 응모된 작품들의 경향이 그렇게나 변해도 예나 지금이나 초지일관 심사소감은 새롭지 않다거나 아니면 유행을 탄다거나 낡은 전통에 매달려 있다고 말한다. 도대체 어떤 시를 쓰라는 말씀인가! 대안의 예를 제시해 주시든지….이렇게 투덜거릴 것이다. 심사위원 당사자들의 시나 글을 새삼 떠올리면서, 지적사항에 가장 많이 해당하는 자가 바로 당신이지 않은가! 그 원성이 들려온다(맞다! 모두가 선후에 서서 고투하는 자들일 뿐이다). 그럼에도 상투적인 심사평을 계속해서 늘어놓자면, 그럼 왜 그럴까. 새롭다고 느껴졌던 시가 바로 낡아지는 것을 볼 때가 흔하다. 유행을 타는 시다.
나희덕·장석남
[예심위원]
강정·김선우·권혁웅 시 임경섭 / 소설 김성중 / 평론 이학영창간 43주년 중앙 신인문학상제9회 중앙 신인문학상 당선자가 결정됐다. 올해도 중앙 신인문학상 담당자 앞으로 5000편이 넘는 응모작이 쇄도했다. 분야별 예심과 본심으로 이뤄진 엄정한 심사 과정을 통해 시인과 소설가·문학평론가가 탄생했다. 중앙 신인문학상 당선자는 등단의 영예와 함께 각각 1000만원(단편소설 부문), 500만원(시·평론 부문)의 상금을 받는다. 시상식은 다음달 24일 서울 상공회의소 대회의실에서 미당·황순원문학상 시상식과 함께 열린다. 중앙일보 창간 기념으로 진행되는 중앙 신인문학상은 LG그룹과 중앙m&b가 후원한다. 아래는 당선자 명단.
▶시:임경섭 ‘진열장의 내력’ ▶ 소설:김성중 ‘내 의자를 돌려주세요’ ▶ 평론:이학영 ‘물의 에피파니 혹은 심연의 자화상-한강론’
|
'문예지당선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08년《실천문학》신인상 당선작]-모래내 그림자 / 박 준 (0) | 2008.10.16 |
---|---|
[2006년 문학동네 신인상 당선작]-도너츠의 하루 외5편/ 조 인 호 (0) | 2008.10.16 |
2008년 미당문학상 수상작 / 가을 - 송찬호 (0) | 2008.09.29 |
2008년 제10회 수주문학상 수상작-새는, /이시하(본명 : 이향미) (0) | 2008.09.29 |
제12회 [시인세계]신인상 당선작 - 마음의 지도 /신은영 (0) | 2008.09.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