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춘수 시인

부재(不在) / 김춘수

자크라캉 2008. 8. 26. 20:16

 

사진<미디어다음>에서

 

 

재(不在)  / 김춘수


어쩌다 바람이라도 와 흔들면
울타리는
슬픈 소리로 울었다.

맨드라미 나팔꽃 봉숭아 같은 것
철마다 피곤
소리없이 져 버렸다.

차운 한겨울에도
외롭게 햇살은
청석(靑石) 섬돌 위에서
낮잠을 졸다 갔다.

할일없이 세월(歲月)은 흘러만 가고
꿈결같이 사람들은
살다 죽었다.

 



출처 :「늪」, 문예사,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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