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계나루터
사진<sky-325>
목계장터 / 신경림
하늘은 날더러 구름이 되라 하고
땅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네
청룡 흑룡 흩어져 비 개인 나루
잡초나 일깨우는 잔바람이 되라네
뱃길이라 서울 사흘 목계 나루에
아흐레 나흘 찾아 박가분 파는
가을볕도 서러운 방물장수 되라네
산은 날더러 들꽃이 되라 하고
강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
산서리 맵차거든 풀 속에 얼굴 묻고
물여울 모질거든 바위 뒤에 붙으라네
민물 새우 끓어넘는 토방 툇마루
석삼년에 한 이레쯤 천치로 변해
짐 부리고 앉아 쉬는 떠돌이가 되라네
하늘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고
산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
(1976년)
[시감상]
시인이 1976년 발표한 시 ‘목계장터’는 현재 고교 문학교과서에도 수록된 한국인의 애송시다. 흔히 ‘떠돌이로 살 수밖에 없는 민중의 애환을 노래했다’는 감상평이 주류를 이룬다. 그런데 시인은 목계나루터에서 “유신 시대의 암울한 상황 속에서 살던 내 심경을 노래한 것”이라고 밝혔다. “1975년인가 김지하 시인이 민청학련 사건에 연루돼 사형 선고를 받은 뒤 나와 평론가 염무웅이 강원도 원주의 김지하 가족을 위로한 뒤 돌아오다가 목계나루터에서 시를 한 편 떠올렸어. 하지만 이런 시대적 은유를 몰라도 되지… 시는 그냥 시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