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좋은 시

눈 길 / 고은

자크라캉 2008. 1. 11. 23:52

 

사진<우리시회>의 카페에서

 

/ 고은

이제 바라보노라.
지난 것이 다 덮여 있는 눈길을.
온 겨울을 떠돌고 와
여기 있는 낯선 지역을 바라보노라.
나의 마음속에 처음으로
눈 내리는 풍경
세상은 지금 묵념의 가장자리
지나 온 어느 나라에도 없었던
설레이는 평화로서 덮이노라.
바라보노라 온갖 거의
보이지 않는 움직임을.
눈 내리는 하늘은 무엇인가.
내리는 눈 사이로
귀 기울어 들리나니 대지의 고백.
나는 처음으로 귀를 가졌노라.
나의 마음은 밖에서는 눈길
안에서는 어둠이노라.
온 겨울의 누리 떠돌다가
이제 와 위대한 적막을 지킴으로써
쌓이는 눈 더미 앞에
나의 마음은 어둠이노라.


[작가소개]

 

 

이름 : 고은 (고은태) 
출생 : 1933년 8월 1일
신체 : 키173cm, 체중69kg

출신지 : 전라북도 군산

직업 : 시인

학력 : 군산고등학교

데뷔 : 1958년 현대문학에 '눈길', '봄밤의 말씀' 발표

경력 : 2007년 2월 서울대학교 기초교육원 초빙교수
         2005년 제4회 베를린문학페스티벌 자문위원 위촉

수상 : 2007년 그리핀 시인상 평생공로상
         2007년 노던 캘리포니아 북 어워즈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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