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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바람의 일 / 공인숙
오랫동안 바람을 사랑했습니다
바람만큼 외롭고 쓸쓸한 건 이 지상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들녘에서, 포구에서, 노을 비껴가는 강가에서도
언제나 안녕하며 내 마음을 쓸어줍니다
바람은 아무 것도 남기지 않습니다
다만, 살구꽃이 눈부신 날
할머니 무릎베개에 옛 이야기 듣는
아이의 눈꺼풀을 힘겹게 하는 것도,
깊은 우물 속 맑은 물 위에
꽃잎의 연서를 날리는 것도
산 그림자가 마을로 내려오게 하는 것도
다 바람의 일이지요
또한 종아리가 유난히 예쁜 산골 계집아이의
상고머리를 산당화의 향기로 흔들어 주는 것도
바람의 일이고요
길섶에 피어난 쑥부쟁이의 꽃대를
한두 번 흔들어 보기도 하다가 그저 슬몃...
오늘은 비가 내렸습니다
이 빗물을 바다로 보내
파도를 보며 영혼을 키우는 누군가에게
한 점 살이 되게 하는 것도
바람의 일일겁니다
수 없는 바람이 수 많은 별이 될때까지
바람을 사랑하겠습니다
[심사평] - 이기반씨 |
"자연친화 인간생활 생동감있게 표현" |
신춘문예가 지향하는 목표는 역량있는 신인 작가를 발굴, 육성하여 문단의 발전에 기어코자 함에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그 권위와 등단의 화려함이 자랑스럽기까지 하다 하겠다.
그 만큼 신춘문예의 인기도(人氣度)는 높으면서 어려운 것이 되어 있다. 따라서 신춘문예에 도전하는 연령층도 중년층을 비롯 노년층까지 다양하다. 심지어는 60대를 넘어 70대들도 있으니까 말이다.
이번에 예심을 거쳐 올라온 작품들은 그 수준이 겨우 평년작 수준에 이르고 있는 것 같다. 신춘문예의 특성도 고려할 필요가 있어야 하지만, 작품 속의 시인의식이나 언어의 선택과 표현이 더 신선했으면 좋은 시가 되었을 것이 아닌가 싶다. 아쉬움을 금치 못하면서 살펴 본 결과 최종까지 남은 작품은 <패총(貝塚)>(전흥미:서울), <바람의 일>(공인숙:전주), <홍도>(신미선:부산) 등 3편이었다. <패총>은 어떤 사물을 대상으로 관찰하며 사고하는 침착성이 정연하게 작품화되어 있다. <바람의 일>은 바람을 의인화하여 그가 수행하는 다양한 기능을 일상의 자연환경친화 인간생활과 연관지어 생동감 있게 표현하였다. <홍도>는 참신한 언어감각으로 상징적 이미지를 구사하였다. 그로하여 신선한 정서적 감동을 준다.
이와 같이 저마다의 특성을 발휘하면서 시 창작에 정열을 쏟고 있음은 매우 바람직스럽다.
이 3편중에서 <바람의 일>을 당선작으로 뽑았다. 작품을 보는 눈은 상대적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그런 관계로 남의 작품을 심사한다는 것은 여간 조심스런 게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응모자 여러분의 각별한 이해가 있어 주시기 바란다.
열심히 창작활동을 거듭하면 언젠가는 좋은 작품이 얻어 질 수 있을 것이라는 신념을 가지시고 정진하기 바란다.
새 해에 복 많이 받으시길 빌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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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그치기를 기다릴까. 옷이 젖더라도 집까지 그냥 뛰어가 볼까 마음속 갈등을 결정하지 못하고 새벽녘 잠에서 깨어났다. 무언가 개운함을 풀지 못한 채 출근했는데 그것을 일순간 날려버리게 할 당선 소식이 기다리고 있을 줄이야. 그때서야 묵은 체증을 내린듯 긴 한숨을 토해낼 수 있었다. 신문사 공모라는 도전이 내겐 매우 두렵고 높은 벽이라는 생각에 엄두조차 못냈는데 어린시절 명절날, 장롱속 깊이 넣어 두었던 때때옷을 꺼내 입듯 조심스레 떨리는 마음으로 감히 내놓았다. 꿈같은 영광이 내게 왔던 것이다. 다른 사람의 얘기를 전달해 달라는 부탁을 받은 느낌이었다. 전혀 기대하지 못했던 때문이리라. 시는 언어예술이라 생각한다. 감정만으로는 되지 않음을 이제야 알았다. 언어 개개의 세포적 기능을 해부하여 추구할 때 그 언어는 시인을 만나서 비로소 혈행과 호흡과 체온을 얻어서 생명력을 갖춘 그리하여서 우리 모두가 함께 느끼고 생활하게 되는 진정한 예술이 되리라 본다. 더불어, 아직은 미약한 언어이고 시작에 불과하지만 내안에 끓어 오르는 것들을 언어예술로 승화하여 나의 “쏟아냄”에 사람들이 공감한다면 그것이 나에게는 쓰는 자로서의 희망이고 책임일거라 생각한다. 여러 색깔중에 개인적으로는 현대성과 전통성을 함께 갖춘 시를 쓰는 시인이기를 소망한다. 한 해의 끝자락을 기쁨으로 마무리할수 있게 해주신 분께 감사의 기도를 올리며 특히, 엄마의, 아내의 글쓰는 일에 음양으로 무던히 참아준 성현, 민지 그리고 남편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더욱이 심사위원님들께는 머리숙여 감사를 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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