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성예카-성형수술로 예뻐지는 카페>님의 카페에서
뱀파이어의 노래 / 주원익
내 피를 마셔요 아름다운 당신 내가 드릴 것은 창백하고 순결한 영혼의 방탕일 뿐 보이지 않는 저 안개의 유형지에서 까마귀들은 버려진 종탕ㄷ을 종일 선회하며 낡고 두꺼운 울음을 흘리고 있어요 불길한 구름이 박쥐떼처럼 몰려와요 황금빛 광기의 철문이 봉쇄되는 소리가 들려요 우리의 심장을 결박하는 상징들 녹물 맺힌 사슬에 감긴 금욕의 십자가들 죽음보다 깊은 불멸의 잠에서 당신이 깨어나도록 내 피를 마셔요 검은 양복을 걸친 사도들이 죽어도 눈감지 않는 눈동자철머 꿈속에서 우리의 헐벗은 그림자를 추적하고 있어요 눈깔 없는 개들이 몰려와 짖어대고 출구 없는 환상의 미로 속으로 환상을 가두고 있어요 어서 눈을 떠요 내 몸 안에서 불행한 당신 내 팔다리 없는 영혼을 통째로 들이마시고 이 황량한 부재의 시간들ㅇ르 거슬러가요 까마득히 멀어지는 핏빛 구름의 성채들을 꿰뚫고 당신을 기다리는 무덤은 내 안에 없으니 몸 밖의 어둠이 우리를 배반하기 전에 내 피를 마셔요 비수처럼 내리꽂히는 새벽빛의 서늘함으로 당신의 시선을 온통 불살라버리고, 나는 영겁의 목마름에 헐떡이고 있어요 내가 드릴 것은 지옥의 성수처럼 투명하고 차디찬 영혼의 방탕일 뿐 내가 천 년을 살고 당신이 단 하루를 살아도 당신에게 흡수되고 싶어요
시계바퀴 세공사
그는 아침이면 이 분주한 도시를 움직이는 커다란 시계탑 속으로 걸어들어간다 그 시계는 드넓은 광장이 복판에 솟아 있어 길을 가는 누구라도 주목하지 않을 수 없고 세공사는 그의 책무를 다하기 위해 기다란 초침에 매달려 하루 종일 걸레질을 한다 거인의 그림자처럼 광장을 건너가는 불순한 시간들, 세계는 한 뭉치의 망가진 시계인 것이지 그는 매시 정각마다 뻐꾸기처럼 중얼거리며 시계탑이 황혼 속에 늘어지는 오후를 맞는다 하늘로 열림 돔에서 계시처럼 떨어지는 함 줌의 금빛 가루들을 올려다보며 그는 이제 시계탑의 우람한 기둥을 감아도는 나선형 계단을 따라 시계의 중심추가 박혀 있는 꼭대기의 방으로 올라간다 그는 모난 톱니바퀴들을 세심히 관찰하면서 가끔 시계의 온전한 체계를 일탈한 몇 개의 나사들을 두들겨팬다 곡장 구리스를 치고 빠진 자리를 채우고 나니 세공사는 슬슬 머리가 무거워진다 초승달이 초저녁의 시간을 가리키면 탑 꼭대기에 걸터안장 잠시 쉬던 세공사는 비로소 번쩍이는 금속 연장을 내려놓는다
비밀들
나는 그대에게 말합니다
그대� lalf을 놓아버리세요
비밀이 듣지 못하도록
그대는 나에게 말합니다
숨길 수 없는 마음의 고독
그대는 텅 빈 상자를 열어
나의 말들을 가두네요
침묵이 갇히네요
폭풍 한 점 그대의 정수리 위로 지나가고
불타는 하늘의 재들을 바라봅니다
잿더미 소게 빛나는 보석들
그대의 비밀은 타오르지 않습니다
비밀은 그대를 가두지 않습니다
나는 상자를 열고 재를 모아
비밀에게
내 것이 아닌 비밀을 보여줍낟
비밀 아닌 것이 없는 마음들을
말없는 그대에게 놓아버립니다
그대는 나에게 말합니다
나는 불꽃의 화환으로 봉인되었습니다
그대엑 나느 말합니다
비밀이 듣지 못하도록
죽음의 눈
나는 빛이다 입을 벌린 나의 눈
(그는 너를 집어삼킨다)
전-깃-줄 타는 호랑이여
시선 속에 풍경을 구겨넣고
빛의 발톱이 세계를 할퀸다
호랑이 한 마리 정수리를 밟고
총총히 건너간다
(너는 죽음이야 - 생 가운데)
너는 죽음이야 - 죽음 가운데
그리고 하얀 불꽃들 -
검은 심장의 꽃불 속으로 사라진다
정오의 태양은 목구멍 속으로 쑤셔박히고
잿더미가 입 안에서 출렁거린다
나는 죽음이야 죽음 가운데
그는 나를 집어삼키고
몸 안의 호랑이가 심연을 뱉어낸다
- 너는 외눈박이였지
내가 나의 눈을 들여다보았을 때
전-깃-줄 타는 호랑이여
너는 이 구부러진 빛을 씹어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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