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좋은 시

그림자 월장 / 최 정 란

자크라캉 2007. 6. 20. 11:24

                          

                            사진<행복을 찾다... ^L^;>의 플래닛에서

 

 

림자 월장 /  최 정 란

 

 

우두커니 울타리 밖에 서 있다
아무것도 훔칠 생각이 없는데 개가 짖는다

 

굳이 갖고 싶은 간절함이 있을까
그림자가 울타리를 넘는다

 

담 넘어 햇살이 넘실거리는 마당
하얀 페인트칠을 한 널빤지 쪽 행간이 서늘해진다
기대렸다는 듯 개가
그림자의 귀를 물어당긴다
들킬세라 납작 엎드린 내가 길게
주욱 늘어난다

 

솜털이 보송보송한 복숭아 같은 볼
아장아장 걸어 나오는 작은 그림자, 앞에
개가 그림자를 전리품으로 내려놓는다

 

몸에 이빨자국이 난다

 

입을 막으려고
개에게 던져준 뼈다귀, 십일월 간다

평생 물고 늘어진 것이 그림자라면,

 

 

2007. <여우장갑>문학의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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