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남자라는 이유로>님의 블로그에서
빨래는 얼면서 마르고 있다 / 나희덕
이를테면, 고드름 달고
빳빳하게 벌서고 있는 겨울 빨래라든가
달무리진 밤하늘에 희미한 별들,
그것이 어느 세월에 마를 것이냐고
또 언제나 반짝일 수 있는 것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대답하겠습니다.
빨래는 얼면서 마르고 있다고,
희미하지만 끝내 꺼지지 않는 게
세상엔 얼마나 많으냐고 말입니다.
상처를 터뜨리면서 단단해지는 손등이며
얼어붙은 나무껍질이며
거기에 마음 끝을 부비고 살면
좋겠다고, 아니면 겨울 빨래에
작은 고기 한 마리로 깃들여 살다가
그것이 마르는 날
나는 아주 없어져도 좋겠다고 말입니다
'참 좋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상가(喪家)에 모인 구두들 /유홍준 (0) | 2007.05.05 |
---|---|
타르코프스키 감독의 고향 / 황지우 (0) | 2007.05.04 |
개화 / 김진경 (0) | 2007.04.30 |
바다와 나비 / 김기림 (0) | 2007.04.24 |
빛의 저격수 / 진수미 (0) | 2007.04.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