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강가에서>님의 블로그에서
<2007년 전남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냉장고, 요실금을 앓다 / 안오일
닦아내도 자꾸만 물 흘리는 냉장고
헐거워진 생이 요실금을 앓고 있다
짐짓 모른 체 방치했던 시난고난 푸념들
모종의 반란을 모의 하는가
그녀, 아슬아슬 몸 굴리는 소리
심상치 않다, 자꾸만 엇박자를 내는
그녀의 몸, 긴 터널의 끄트머리에서
슬픔의 온도를 조율하고 있다.
뜨겁게 열받아 속앓이를 하면서도
제 몸 칸칸이 들어찬 열 식구의 투정
적정한 온도로 받아내곤 하던
시간의 통로 어디쯤에서 놓쳐버렸을까
먼 바다 익명으로 떠돌던
등 푸른 고등어의 때
연하디 연한 그녀 분홍빛 수밀도의 때
세월도 모르게 찔끔찔끔 새고 있다.
입구가 출구임을 알아버린
그녀의 깊은 적요가 크르르르
뜨거운 소리를 낸다, 아직 부끄러운 듯
제 안을 밝혀주는 전등 자꾸 꺼버리는
쉰내 나는 그녀, 의 아랫도리에
화려한 반란이 시작되었다.
전남일보신춘문예 시부문 당선자 소감
"새로운 시작…더욱 매진할 터"
감기약을 먹고 누워 있다가 전화를 받았다. 약 기운 때문이기도 했겠지만 당선되었다는 소리가 아득하게 들려왔다. 전화를 끊고 나서도 한참을 그냥 앉아 있었다. 시와 함께 했던 그 긴 세월의 무게가 한꺼번에 휘발되는 듯 했다.
꿀벌은 날개가 너무 작아서 원래는 제대로 날 수 없는 몸의 구조라고 한다. 그러한 구조를 가지고도 꿀벌은, 수없이 반복된 연습으로 결국 날 수 있게 되었을 것이다.
꿀벌의 쉼 없는 날갯짓, 삶에 대한 그 역동성이 꿀벌을 날 수 있게 해주었던 것처럼 나의 시 쓰기도 그러했던 것 같다.
지치고 힘들 때마다 더욱 삶에 촉수를 세워 시를 끄집어내어 다듬어 나갔다. 고통 속에서 지혜를 만들어나가는 세상의 이치처럼 끊임없이 주어지는 좌절을 내 삶의 거름으로 삼았다.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시의 길은 끝이 없다. 끝이 없다는 것은 항상 시작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늘 시작하는 마음으로 공부하며 시를 쓸 것이다.
감사한 분들이 참 많다. 먼저 부족한 시를 뽑아주신 고재종 심사위원님께 감사드리며 늘 위로와 격려를 해주신 여러 선생님들께도 감사드린다. 다 호명 할 수 없는 선배님과 후배들 그리고 함께하는 동인들 모두에게 감사할 뿐이다. 늘 마음을 다독여준 친구와 묵묵히 지켜봐준 남편과 아이들에게도, 오랫동안 곁에서 함께 해준 미승 언니와 영서에게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신춘문예당선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해거름엔 포도나무가 되고 싶다 / 조미희<`07년 평화신문신춘문예 당선작> (0) | 2007.02.05 |
---|---|
겨울 내소사 / 김문주<`07년 불교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 (0) | 2007.01.10 |
소금쟁이를 맛보다 / 한창석<`07년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0) | 2007.01.10 |
몸의 저울눈 / 정재영 <`07년 광주일보신춘문예 시 당선작> (0) | 2007.01.10 |
골목길 / 최재영<`07년 대전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0) | 2007.01.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