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불면과 함께 지냈다. 불편한 이름 하나 가슴에 간직한 채 수년을 흘러왔다. 잠 못 이루는 밤이 많았고 새벽녘 수시로 찾아들던 까닭모를 설움들이 내 곁을 떠나지 않았다. 밤새 머리맡에서 수군거리는 은유의 모퉁이만 스쳐도 그 밤은 행복했다. 눈을 뜨면 무수히 쏟아지는 허물……, 나는 얼마나 자주 절망을 내몰아야 했던가. 시 쓰기는 항상 어렵다. 알 수 없는 것들이 나를 이곳까지 이끌었는지 모르겠다. 어쩌면 크고 작은 사소한 상처들이 생의 변두리로 나를 밀어냈는지도 모르겠다. 상처의 흔적 하나씩 생길 때마다 내가 견뎌야 할 시간은 깊고 또한 어떤 목표라고 여기던 것들은 점점 멀어지는 순간을 경험하면서 매번 쓰디쓴 독배를 마시곤 했다. 지사연수로 대둔산을 산행하게 되었는데 그곳 정상에서 어떤 새로운 다짐을 새기고 있을 때 전화를 받았다. 골목길…… 내 생의 상처가 자라고 그 상처가 다시 꽃이 되어 피어나는 곳, 바람이 들어차면 그곳에 뿌리내린 모든 삶이 다시 환하게 들썩거리는 곳…… 햇빛이 잘 들지 않는 골목길을 나는 오래도록 사랑하게 될 것이다. 또한 내 언어의 뿌리도 그곳을 지나치지 못할 것이고 오래오래 곰삭아 깊은 맛이 우러나는 언어가 그곳에서 피어날 것이다. 내 안에 푸른 독이 스미기를, 내 안에 갇힌 사유들이 자유롭게 햇빛을 볼 수 있기를, 그래서 날카로운 칼날로 나를 벨 수 있기를 희망한다. 한 편 한 편 시를 쓸 때마다 다짐을 한다. 삿됨없이 시를 쓰도록, 내 시가 누군가를 위로하고 기쁨을 줄 수 있도록 또한 절실하지 않은 그 무엇을 나는 애써 미화하고 있는가를……. 이미 올 봄에 이승을 떠나신 어머니, 당선소식에 세상에서 당신이 제일 예쁘다고 말해준 남편, 아침도 잘 챙겨주지 못하는 엄마를 제일 사랑한다고 말해주는 아이들, 모두 정말 고맙고 사랑한다. 내가 편하게 일할 수 있는 공간의 지사장님과 이곳 평택의 영어를 책임지는 사무실의 선생님들, 그리고 언제나 든든한 버팀목 같은 시원 동인님들과 이 기쁨을 같이 하겠다. 부족한 작품에 손 들어주신 대전일보와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진심으로 고개 숙여 감사드리며 큰 절 올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