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행복은 셀프다>님의 플랫에서
연탄재 / 심은섭
지하 동굴에서 수 천년 동안 깊은 잠에 빠져있던
검은 노예들의 어깨를 곡괭이가 내리 찍었다
어깻죽지의 상처는 쓰렸지만
탄차에 실려 세상 밖 최초의 빛을 보았다
환희는 잠시 뿐
기계들의 비명소리 들리는 공장마당에 쓰러질 때
조종弔鍾이 울려 퍼졌다
가슴에 열 아홉 개 구멍을 달고
도회지로 입양된 검은 노예들
뚫어진 구멍마다 붉은 완장을 찬 불꽃들이 들어 앉아
검은 피를 빨아 먹었다
굴복도 저항도 아닌 순교를 택한
킬링필드의 흰 뼈들
주검이 되어도 한 곳으로 모여드는 습성을 가졌다
얼굴 비비며 언덕에 모여 앉아 골다공증에 시달리던
폭설의 겨울
달동네 언덕길에서 마지막 눈을 감았다
지하 어둠 속, 태워도 타지 않을 또 다른 검은 노예들
곡괭이를 노려 보며 긴 잠에서 깨어나 있다
2006년 <문학들>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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