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자작시

연탄재 /심은섭

자크라캉 2006. 12. 8. 18:05

 

       사진<행복은 셀프다>님의 플랫에서

 

 

탄재  / 심은섭

 

 

지하 동굴에서 수 천년 동안 깊은 잠에 빠져있던

검은 노예들의 어깨를 곡괭이가 내리 찍었다

어깻죽지의 상처는 쓰렸지만

탄차에 실려 세상 밖 최초의 빛을 보았다

환희는 잠시 뿐

기계들의 비명소리 들리는 공장마당에 쓰러질 때

조종弔鍾이 울려 퍼졌다

가슴에 열 아홉 개 구멍을 달고

도회지로 입양된 검은 노예들

뚫어진 구멍마다 붉은 완장을 찬 불꽃들이 들어 앉아

검은 피를 빨아 먹었다

굴복도 저항도 아닌 순교를 택한

킬링필드의 흰 뼈들

주검이 되어도 한 곳으로 모여드는 습성을 가졌다

얼굴 비비며 언덕에 모여 앉아 골다공증에 시달리던

폭설의 겨울

달동네 언덕길에서 마지막 눈을 감았다

지하 어둠 속, 태워도 타지 않을 또 다른 검은 노예들

곡괭이를 노려 보며 긴 잠에서 깨어나 있다

 

 

 

                        2006년 <문학들> 겨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