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란한 집 / 이시하<제1회 계간 정인 시문학상> 당선 作

사진< 수미산>님의 플래닛에서
<제1회 계간 정인 시문학상> 당선 作
소란한 집 / 이시하
너무 많은 엄마, 너무 많은 아버지
내 안엔 내가 너무도
많아!
아침이면 수많은 엄마가 와르륵 쏟아져요
비워진 밥그릇 안으로, 캄캄한
입들 속으로
구멍 난 양말 속으로, 부스스한 머리칼 속으로
누릿누릿 뜬 얼굴 속으로, 매케한 콧구멍 속으로
푸념푸념푸념푸념 거품을
물고 쏟아져요
어느땐가 교실 문까지 따라온 엄마를
신발짝 흙 털듯
타악! 떨어내기도 했죠
어깨에도 붙었다가 가방에도 숨었다가
뭉툭한 연필심에 침처럼 묻어있기도 해서
아, 지겹고 지겨워요
그런 날 해는 왜 더디 지는지 몰라
너무 많은 엄마가 저녁밥 지으러 갈 때쯤,
너무 많은 아버지가 구멍가게 평상에서 흘러나오죠
술병에서
흘러나오고, 가게 주인 욕설에서 흘러나오고
밀린 외상값에서 흘러나오고, 빈 주머니에서 흘러나오고
어허, 달아놓으라니까! 움켜쥔 멱살에서 흘러나오고
제기럴제기럴제기럴,
혀가 꼬인 채 쏟아지죠
아, 징글징글도 해요
니 애비 쏟아지기 전에 어여 밥 먹어라
그려? 어디 먹어봐라, 콰르릉,
콰릉!
엎어지는 밥상, 캄캄한 입들, 우는 입들, 빈 입들
쫓겨나는 입들, 닫혀진 입들, 막막한 입들
앙바틈한 사이로 우릉우릉
쏟아지는
너무 많은 아버지, 주워담으려 몰려드는
우우, 너무 많은 엄마!
빈집이 퀘엥퀘엥 울리고
빈 쌀독이 우웅우웅 울리는 저 집,
내
안엔 내가 너무도 많아!
고래고래 들려오는 저 집,
소란한 저,
저!
시인 이시하(李翅河)
2005년 시집 '푸른 生으로의 집착' 출간 현재 「빈터」동인으로 활동중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