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좋은 시

장마 / 김승동

자크라캉 2006. 7. 27. 15:04

 

 

 

                                 사진<PN백봉산>님의 블로그에서

 

 

  / 김승동

 
아침부터 창밖은
늘어진 흑백영화다
우산 속의 아이도 종종걸음이고
빗길 자동차도 구성진 음색이다
가끔씩 뻥뻥 뚫어진 화면으로는
무료한 시간만 튀었다 사그라진다

갈 데도 없이
칙칙한 손잡이만 잡았다 놓았다 하면서
검열에 용케 빠진
난해한 장면이라도 기대해 보지만
수북한 잿더미에
담배꽁초만 꼼지락거린다


아무래도 오늘은
열리지 않을 풍경 같지만
햇빛 한 줌 훔쳐두지 못한 아쉬움이
은막에 숨은 그림자처럼
빗물 위에 일렁인다

물방울에 터진 마음
치렁치렁 흘러내리는 날
유리창에 매달려
백열등에 차임벨 기다려 보지만
무엇이 서러운지
오늘은 하루종일 연속상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