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들레르

보들레르 시에서 우수와 이원론

자크라캉 2006. 7. 10. 14:54

들레르 시에서 우수와 이원론  /  조규철




Ⅰ. 현대시의 창시자

들레르(Charles Baudelaire)는 현대시의 아버지로서 프랑스가 낳은 최고의 시인이다. 그는 당시 상징주의 시인들과 그 후 많은 시인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으며 프랑스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 시인들에게 영향을 끼친 시인이다.
그는 상징주의의 대표적인 세 시인들, 베를렌느(Paul Verlaine), 말라르메(St럓hane Mallarm?, 랭보(Arthur Rimbaud)의 스승으로서 이 시인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기 때문에 보들레르 없는 세 시인들을 상상할 수가 없다. 이 세 시인들은 각기 다른 분야에서 보들레르의 영향을 받았다. 베를렌느는 보들레르의 영향으로 시에서 음악성을 강조했고, 말라르메는 ‘순수시’(la po럖ie pure)1)를 집대성했으며, 랭보는 이성(理性)과 감성을 초월한 일종의 황홀경을 체험하고, 견자(見者, le voyant)가 되어 초현실적인 세계를 체험하고 시를 쓰게 된다.
그러므로 현대시의 시조(始祖)는 보들레르이고 보들레르의 후계자이자 직계(直系) 제자가 랭보이며, 그 후계자인 아폴리네르(G. Apollinaire)를 거쳐서 초현실주의(surr럂lisme)로 이어진다. 그래서 파리대학교에서 현대시2)를 강의할 때 보들레르의 『악의 꽃』까지 거슬러 올라가서 강의한다. 프랑스시의 질적인 면이나 시의 표현상으로 보아 보들레르를 현대시의 창시자로 생각하는 것은 지극히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그는 초기에는 고답파(Parnasse) 시인이었다가 그 후 상징주의시 이론과 미학을 제시하면서 상징주의 경향의 시를 썼다. 그는 상징주의가 탄생하기 전에 사망하였지만 그의 작품과 시 이론 때문에 그를 상징주의의 선구자로 간주한다.
보들레르는 낭만주의의 지나친 감정의 토로와 웅변적인 표현에 권태와 혐오감을 가졌다. 또한 고답파의 너무나 객관적인 표현과 주지주의적(主知主義的)?시법에도 불쾌감을 가졌기 때문에 그는 독자적인 시법을 개척하게 되었다. 이리하여 보들레르는 낭만주의와 고답파의 모든 시적 환경과 주제(主題)는 이어받으면서도 시의 표현과 질적인 면에서 큰 변화를 일으켰다. 그래서 그는 현대시의 창시자가 되었다.



1. 우수(spleen)와 인간의 이원론(la dualit?de l’homme)

보들레르의 대표적인 작품인 『악의 꽃』(Les Fleurs du mal)에서도 인간의 이원론 문제를 보들레르는 심각하게 제기하고 내적인 갈등을 묘사하고 있다. 이러한 면에서 『악의 꽃』을 단체의 『신곡』에 비유하는 사람도 있다. 단테가 지옥과 연옥에서 체험한 내적 갈등을 묘사한 것과 같이, 보들레르는 『악의 꽃』에서 인간의 천사적인 면과 동물적인 면의 이원성 사이에서 느끼는 갈등을 나타냈다. 인간의 내면 세계를 탐구하기 위하여 인간의 약점과, 죄악, 고뇌와 고독 등을 파헤쳤다. 그러나 그는 ‘악(惡)에서 미(美)를 추출(抽出)’하려고 했다. 그는 진흙탕같은 현실에서 장미꽃을 피우려고 했다.
보들레르는 악을 인간 존재의 근본 상황으로 생각했다. 악에 대한 불안감과 혐오감에서 우수가 생기는데, 인간의 원죄 때문에 존재 자체에서 생기는 권태감을 보들레르는 우수라고 부른다.

보들레르에게 우수는 ‘악의 세기’(le mar du si뢢le)에서의 좌절한 모습만은 아니다. 분명히 당대의 세상이 주는 혐오감이 시인으로 하여금 권태나 반항심에서 울부짖게 했다. 그러나 그의 마음 상태는 라마르틴(Alphonse de Lamartine) 우울도 비니(Alfred de Vigny)의 환멸도, 르콩트 드 릴르(Leconte de Lisle)의 철학적인 비관도 환기시키지 않는다. 그것은 시련으로 상심하고 좌절당한 병자가 침울한 권태 속에 빠져 있는 것과 같은 상태이다. 「우수」라는 제목의 침울한 운율과 짐짓 무거운 표현으로 된 4편의 시는 그의 슬픔을 드러내고 비탄을 나타낸다. 다른 시들도 또한 우수의 특이한 모습을 묘사하고 시인의 비통한 심정의 원인을 다루고 있다.3)

보들레르에 의하면 모든 인간에게는 항상 동시에 나타나는 두 가지의 경향이 있는데, 하나는 하느님을 지향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악마를 지향하는 경향이다. 이 두 가지 경향을 그는 이원성(la dualite de l’homme)이라고 부른다. 하느님을 지향하는 경향은 정신적인 것을 추구하는 경향으로서 상승의 욕망이요, 악마를 향하는 경향은 동물적인 경향으로서 인간을 타락시키고 하강시키면서 육체적인 기쁨을 맛보게 하는 경향이다.
이 두 가지 경향 사이에서 내적 갈등을 느끼는 인간은 우수에 잠기게 되는데, 이 우수에서 아름다움의 정수를 뽑아내어 예술작품을 창작할 수 있다고 그는 생각한다

그는 시의 영역에서 가장 화려한 영역을 택했던 다른 유명한 시인들과는 반대로 ‘악에서 미를 추출하려고’ 생각한다.4)

이처럼 인간에게 선과 공존하는 악은 계속 악으로 남아 있는 것이 아니라 악에서 아름다운 요소를 뽑아내어, 아름다운 예술 작품을 탄생시킬 수 있다는 보들레르의 미학이다.
또한 라가르드와 미샤르는 보들레르의 인간의 이원성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인간은 자기 자신의 경험을 통하여 그릇된 수치심으로 감추게 되는 인간의 비극을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싶었다: ‘위선적인 독자들이여, 나의 동포들이여, 나의 형제들이여!’ 그것은 인간의 이중적인 비극이며, 천국과 지옥 사이에 영원한 갈등의 대상이고 실망한 인간이다: ‘모든 인간에게 언제나 동시에 생기는 두 가지 청원(postulations)이 있는데, 그 하나는 하느님을 향하고, 다른 하나는 사탄을 향한다. 하느님을 향한 축원(invocation)이나 정신성(spiritualit?는 상승하는 욕망이요, 사탄을 향한 축원이나 동물성(animalite)은 하강하는 쾌락이다.’ 이것은 표면상의 무질서에도 불구하고 『악의 꽃』 시집의 내밀한 구성(la composition secr뢶e)을 설명해 주는 끊임없는 갈등이다. 시인이 ‘우수’라고 부르는 정신적 고통을 일으키는 비참한 타락을 환기시키는 어떤 사건들은 ‘이상’(id럂l)에 대한 갈망이 승리하는 것처럼 보이는 다른 사건들로 이어진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사건들의 교차는 두 가지 청원을 나타내는 영혼의 이원성을 설명하고 있다.5)

이러한 이원성을 다음과 같이 도표로 나타낼 수 있다.6)

우수(Spleen)

정신성(spiritualit? 쭼 인간의 이원성 → 동물성(animalit?
선(bien) (La dualit?de l’homme) 악(mal)

미(beaut?

『악의 꽃』 제1부 「우수와 이상」에서는 시인의 영혼이 동시에 상승과 하강으로 갈리는 내적인 갈등을 묘사한 부분이다. 제1부 첫시 「축복」(B럑럅iction)에서는 속세에서 저주받은 시인의 비참한 운명과 사후의 영광을 대조적으로 나타냈다. 다음 시 「알바트로스」(albatros)에서는 시인이 속세에서 이해받지 못하고 모욕과 멸시에 시달려 ‘지상에서 유배당한’ 자신의 모습을 선원에게 붙잡혀 온갖 모욕을 당하는 알바트로스의 비참한 모습으로 상징한다. 그러나 그 다음 시 「비상(飛翔)」(El럙ation)에서는 알바트로스가 높은 하늘로 유유히 아름답게 날아 올라가는 것처럼 높은 이상을 가진 시인이 고상하고 이상적인 시를 쓰는 모습과 영혼의 위대함을 노래한다. 이처럼 보들레르는 서로 대조적인 모습을 부각시키면서 인간의 이원성을 나타낸다.

보들레르의 이원성은 정신과 육체, 선과 악, 우수와 이상적인 미 이외에도 현실과 이상, 삶과 죽음, 삶의 기쁨과 공포 등 내적 감정이나 사상의 양면(兩面)을 환기시킨다. 인간의 내면에 공존하는 이원성이 극히 자연스러운 감정이며 사상이라는 것을 우리는 알 수 있다. 보들레르가 그의 전작품을 통하여 인간의 이원성 문제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는 것은 인간의 본질적인 존재 의미를 규명하고자 하는 끈질긴 노력이 반영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 이원성은 보들레르의 시를 연구하고 이해하는 데 필요한 사상이라고 생각한다.
브뤼넬(Paul Brunel) 교수 등이 쓴 『프랑스 문학사』에서는 『악의 꽃』 제1부를 이원론에 입각하여 분석했다. 1―21편에서는 시인이 체험한 이원성으로서 축복과 저주 사이에서, 우수와 이상 사이에서, 그를 끌어올리는 천국과 물고 늘어지는 속세(俗世) 사이에서, 신성한 미(美)와 속된 미의 두 가지 원천 사이에서 시인이 체험한 이원성을 묘사했다. 22―64편에서는 사랑의 이원성을 소재로 묘사했다. 시인 자신은 ‘위대함’과 동시에 ‘치욕’이라고 생각하던 저주받은 사랑(Jeanne Duval)7)과 ‘수호천사’, 시의 여신, 마돈나로 예찬한 정신적인 사랑(Madame Sabatier)8) 사이에, 그리고 ‘여신(女神)처럼 생각하던’ 사바티에 부인과 ‘파란 눈을 가진’ 아름다운 여인(Marie Daubrun)과의 친근한 애정 사이에서 느끼는 대조적인 사랑의 이원성을 나타냈다. 또한 65―85편에서는 우수에 짓눌려 맛보게 되는 고독감과 이상 사이에서 느낀 영혼의 이원성을 노래했다.

2. 우수에 대한 구제책(rem뢣es)과 인공천국(paradisartificiels)

보들레르는 인간의 이원성에서 비롯된 우수를 극복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한다.

우수에서 탈출하기 위하여 그는 도취(ivresse)나 열애의 헛된 매력 속에서 망각을 추구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실망한 나머지 단 하나의 진정한 피난처로 죽음을 갈망한다.9)

『악의 꽃』에서도 보들레르는 우수에서 탈피하려고 시도한다. 「우수와 이상」이란 제목이 붙은 제1부에서는 현세를 지배하고 있는 ‘권태감’을 치료하고 싶은 보들레르는 시에 호소하고 다음에는 사랑에 호소하나, 우수를 완전히 몰아내기에는 그만큼 무력한 구제책이 되며, 우수의 횡포는 마침내 좌절당한 심정을 억누르고야 만다. 이에 실망하지 않고 시인은 다른 탈출 방법을 모색한다. 즉, 도시의 광경과 동포들과의 의사소통(제2부, 파리의 전경), 인공천국(제3부, 술), 죄악(제4부, 악의 꽃)이다. 이러한 모든 시도들은 허사가 된다. 그래서 좌절당한 시인은 필사적인 반응으로 불길한 신비주의(la mystique noire)에 빠진다: ‘오 사탄이여, 끈질긴 나의 비참함을 측은히 여겨다오!’(제5부, 반항). 그래서 마침내 지상의 모든 가능성이 탕진되었을 때 보들레르는 다른 세상을 향한 긴 여행이라는 마지막 수단에 관심을 갖는다. ‘새로운 것을 발견하기 위해 「미지의 세계」 속으로’(제6부, 죽음). 이처럼 보들레르에게 최후의 이상적인 여행은 죽음이다.
요컨대 보들레르가 시도한 우수에서 탈출하기 위한 구제책은 4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1)여행10) 2)사랑11) 3)마약과 술12) 4)예술, 특히 이상적인 시의 창작이다.

3. 우수와 시인

인간 존재 자체가 근원적으로 우수를 내포하고 있으므로 이 우수에서 탈출하는 방법으로서 시를 쓰는 것이 가치있는 방법이라고 보들레르는 생각한다. 보들레르는 시를 쓸 때 이상적인 미(美)의 경지에 이르도록 노력한다. 우수가 지배하는 현세에서 시인은 이상적인 시를 쓰는 것이 시인에게 가장 큰 보람이요 가치있는 일이다. 그래서 그는 순수시(la po럖ie pure)를 쓰는 것이 이상적인 미의 경지에 도달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현세에서 영혼과 육체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이상적인 세계13)는 극히 순간적이며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보들레르가 추구하는 이상적인 세계가 「인공천국」에 제시되어 있다. 「인공천국」은 우리가 마음 속에 추구하는 이상적인 세계인데, 그것은 견딜 수 없는 현실로부터 도피하려는 생각14)이 지향하는 곳, 무한히 먼 피안의 세계이다. 「인공천국」은 보들레르가 머리 속에서 꾸며낸 인위적인 세계이다.
그런데 이상적인 세계를 찾는 시인은 ‘지상에서 유배되고’(exil?sur le sol) 고난의 십자가를 지고 걷는 운명에 처해 있다. 시인은 영혼과 육체를 가진 인간으로서 육체를 극복하고자 노력하며, 시에서 아름다움과 추함이 동시에 있는데 아름다움을 추구하려고 한다. 그래서 이상적인 미를 추구하는 시인은 고난의 십자가를 걸을 수밖에 없는 운명에 처해 있다.
그의 시 「알바트로스」에서 시인은 선원에게 붙잡혀 모멸을 당하는 거대한 薑茅?館봤낮?세상 사람들로부터 멸시와 학대를 받는 ‘저주받는 시인’에 비유하고 있다. 또한 그 알바트로스가 거대한 날개를 펴고 마음껏 창공을 날아오르면서 이상적인 세계를 향하는 모습을 시인이 속세를 떠나서 마음껏 시에서 미의 경지를 추구하는 것에 비유하고 있다.

Ⅲ. 작품 분석

1. 「알바트로스」(Albatros)

알바트로스

선원들이 자주 장난삼아
거대한 바닷새 알바트로스를 붙잡는다.
게으른 여행의 동반자인 그 새는
바다의 소용돌이 위를 미끄러지듯 지나가는 배를 뒤좇는다.

그 새를 갑판(甲板)위에 내려놓자마자
서투르고 수치심을 느끼는 이 창공의 왕자(王者)들은
커다란 흰 두 날개를 노(櫓)처럼 선원들 곁에서
가엾게도 질질 끄는구나.

날개 달린 이 나그네들은 얼마나 어색하고 기운이 없는가!
조금 전에 그토록 아름답던 이 새들이 얼마나 우스꽝스럽고 추한가!
어떤 선원은 짤막한 파이프의 담배불로 그 새의 부리를 지지고,
다른 선원은 절뚝절뚝하면서 날고 있던 불구자인 그 새를 흉내낸다.

시인은 폭풍우 속을 드나들며 활쏘는 사람들을 비웃는
구름의 왕자와 흡사하다.
야유 가운데에 지상에서 유배된 그 새가 걷는 것을
거대한 두 날개가 방해하는구나.

1) 시의 성격과 배경
이 시는 보들레르가 1841년 5월부터 다음 해 2월까지 레위니옹(R럘nion)섬에 체재할 때 써서, 1859년 4월 10일 『프랑스 잡지』(Revue fran뛞ise)에 발표했다가, 그 후 1861년 그의 시집 『악의 꽃』 재판(再版)에 발표한 소네트(sonnet)이다. 배가 항해할 때의 추억을 담고 있으며 항해할 때에 생긴 일을 친구에게 이야기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이 시가 처음에는 3연밖에 없었으나 그 후 친구의 요청에 의해 셋째 연을 추가해 모두 4연이 되었다. 알바트로스는 펠리캉 해조(海鳥)의 포르투갈 이름이다. 이 새는 원래 남반구에 서식하며 날개의 폭이 3.5미터가 넘는다. 이 새는 폭식하는 새로서 항해하는 배를 따라 다니는 습관이 있다.
보들레르는 당시 방황하던 자기 자신을 알바트로스 새에 상징적으로 비유했다. 르콩드 릴르(Leconte de Lisle)의 표현에 의하면 보들레르는 자기 자신을 낭만주의시에서처럼 하늘을 날아다니는 독수리도 아니요, 도도하나 고독한 콘도라(Condor)에 비유하지 않고, 공중에 날 때는 장엄하고 아름다우나 지상(地上)에서는 주위의 야유를 당하는 알바트로스에 비유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뭇사람들 중에서 방황하는 자신을 ‘구름의 왕자’(le prince des nu럆s)라고 비유했다. 선원들에게 붙잡혀 조롱당하고 방황하는 알바트로스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은 자기 자신의 나약한 의지와 우유부단함을 환기시키고 있다. 또한 선원들의 남폭한 야유는 보들레르가 주위에서 받고 있는 야유와 박해를 나타낸다.
이 시는 보들레르가 스무살 때 부모님의 명령으로 인도에 가서 서인도 제도, 마다가스카르(Madagascar), 실론(Ceylan) 등을 여행하면서 선원들이 알바트로스 새를 붙잡아 장난하는 것을 목격하고 쓴 시이다. 그 때 쓴 시로서 「여행으로의 초대」(Invitation au voyage), 「식민지 태생의 (백인)부인에게」(A une Dame cr럒le), 「이국적인 향기」(Parfum exotique) 등이 있다.

2) 시에서의 상징
높은 이상의 세계를 꿈꾸는 시인이 현실적인 삶에 서투르고 어색하다는 시인의 이원성 사상을 상징적으로 알바트로스에 비유했다.
쩖 상징의 정확함: 거대한 날개를 가진 알바트로스가 ‘구름의 왕자’와 같은 존재인 것과 마찬가지로 높고 원대한 이상을 가진 시인은 ‘지상에서 왕자’와 같은 존재라는 것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비유가 정확하다.
쩗 지상에서 거북한 알바트로스와 세상 물정에 서투른 시인
갑판 위에 서 있는 알바트로스는 거대한 날개 때문에 걷는데 어색하다. 고상한 이상과 위대한 사상을 가진 시인은 자질구레한 일상 생활을 초월하기 때문에 평범한 일상 생활에 어색하다. 그래서 시인은 현실적인 삶에서는 ‘유배된’(exil? 존재로서 서투르고 우스꽝스럽게 보인다. 따라서 지상에서 서투른 알바트로스는 시인이 현실적인 삶에 어색하다는 것을 상징한다.
쩘 위대한 예술가들의 공통점
현실적인 삶에 어색하다는 보들레르의 관점은 시인뿐만 아니라 다른 위대한 사람들, 예컨대 예술가, 학자, 사상가들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 그들은 모두 현실적인 삶과 물질적인 것을 초월하고, 세상 물정에 어둡고 일상 생활에 어색하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3) 시의 분석
쩖 첫 3연은 보들레르 자신을 상징적으로 알바트로스에 비유한 내용이다. 공중에서 날 때 능란하고 아름다운 알바트로스와 갑판에서 걸을 때 어색하고 서투른 알바트로스의 이원성 사이에 대조적인 비유를 나타내고 있다.
공중에서 나는 알바트로스를 정확한 명사로 묘사하고 있다. ‘거대한 바다새’, ‘창공의 왕자들’, ‘날개 달린 나그네’, ‘구름의 왕자’ 등으로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걷는데 어색한 알바트로스를 부가형용사(럓ith뢶es)로 묘사하고 있다. ‘서투르고 수치심을 느끼는’, ‘어색하고 기운이 없는’, ‘우스꽝스럽고 추한’ 등으로 묘사하고 있다. 그러다가 결론적으로 ‘날고 있던 불구자인 그 새’로 알바트로스를 단정하고 있다.
쩗 마지막 연에서는 시인 자신을 알바트로스에 비유하고 있다. 알바트로스의 거대한 날개와 마찬가지로 시인의 고상하고 원대한 이상과 사상 때문에 군중들의 야유를 받으며 지상에서 ‘유배된’ 존재로서 지상 생활에서는 어색하다는 것을 비유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이처럼 시인이 가지고 있는 높은 이상은 보통 사람들이 가질 수 없고 이해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시인이 현실적인 삶에 어색하고 낯선 느낌을 주게 된다. 이러한 비유는 정확하고 강한 인상을 주고 있다.
쩘 보들레르는 가끔 시에서 상징을 사용하고 있다. 다른 시에서 그의 상징의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등대’(phare)는 시, 그림, 조각 등을 상징하며, ‘인류의 등대’는 시인, 화가, 조각가 등을 상징한다. ‘부엉이’(hibou)는 사색적인 모습 때문에 요란스러운 활동을 싫어하는 사상가를 상징한다. ‘약한 종’(la choche f릐럆)은 약간만 쳐도 소리가 나기 때문에 섬세한 시인이나 예술가의 영혼(뎜e)을 상징한다. 이처럼 보들레르는 상징적인 표현을 자주 사용하고 있다.

4) 문체(style)
보들레르는 시에서 정확하고 순수하며 간략하고 조화로운 문체를 사용하고 있다. 다른 상징주의시인들의 일반적인 경향이던 난해성은 전혀 없고 문체가 정확하고 분명하다. 산문적인 요소나 시적인 요소가 아닌 것이 모두 제거되고 순수한 시적인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 순수시(la po럖ie pure)의 원칙대로 시형이나 표현에서 엄격한 태도로 시를 썼다. 불필요한 용어가 전혀 없이 간결한 표현을 사용했다. 운율이 분명하여 또박또박 박자를 맞추어 읽을 수 있으며 장중하고 천천히 읽어야 할 조화가 있는 싯귀로 구성되어 있다.

2. 「상응(相應)」(Correspondance)

상응

자연은 살아 있는 기둥들이 가끔 막연한 대화들을
새어나오게 하는 일종의 신전이다.
사람은 친근한 시선으로 자기를 지켜보는
상징의 숲을 가로질러 거기에 이른다.

밤처럼, 광명처럼 광활하며
컴컴하고 심오한 통합(統合)속에서
멀리서 혼합되는 긴 메아리처럼
향기와 색채와 소리가 교감한다.

어린애 살결처럼 신선한 향기,
오보에 소리처럼 부드러운 향기, 초원처럼 파란 향기가 있고,
―그밖에 부패하고 풍요로우며 의기양양한 다른 향기들도 있다.

정신과 감각의 환희를 노래하는
용연향, 사향, 안식향과 훈향처럼
무한 것들을 발산하는 향기들이다.

1) 시의 성격
이 시는 1845년이나 1846년에 썼던 것으로 추측되며 1857년에 『악의 꽃』 제1부에 발표되었다. 이 시는 보들레르의 시 이론과 미학이 잘 나타난 시로써 상징주의 시인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다. 전통적인 시에 염증을 느끼고 있던 당시 이 시가 새로운 교훈과 모범을 제시했다. 외계(外界)를 상징으로 표현하여 우리의 인식을 환기시킨 작품이다. 우리의 감각들은 서로 상응(相應)한다. 외계의 모든 자연 현상은 상징을 제공하며 우리의 감각을 통해 정신 세계 내지 우리의 인식을 환기시켜준다.
이 시는 보들레르 자신의 미학과 시적 체험의 일면을 나타내고 있다. 보들레르는 그의 산문 「에드가 포우에 대한 새로운 단평(短評)」(Notes nouvelles sur Edgar Poe)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우리의 영혼이 무덤 뒤에 있는 광채를 어렴픗하게 볼 수 있는 것은 시를 통하고 시에 의하여, 동시에 음악을 통하고 음악에 의해서이다.15)

그러므로 시인의 역할은 신비로운 세계, 초현실적인 세계에 이르기 위해서 모든 것의 상응 관계를 파악하는 데 있다.
정신 세계와 물질 세계가 상응(Correspondance)16)하며 인간과 자연과도 상응하는 이원성 간의 상응을 나타낸다. 또한 인간과 천상 세계가 상응하는 것으로 생각하던 보들레르는 이와 같은 상응에 의하여 상징 관계가 성립되고 상징을 통해 인간의 정신 세계에 접근시키려고 시도했다.
이 시의 첫 연에서는 자연과 인간의 상응을 나타내고, 2연에서는 인간의 감각들 간의 상응을 표현했다. 3연과 4연에서는 보들레르에게 가장 민감한 감각인 후각을 노래했다. ‘향기와 색채와 소리가 교감한다’는 표현은 감각 교류를 나타내고 있다. 후각과 시각과 청각은 서로 화합하고 융합되어 각 감각들의 구별이 없어지면서 기쁘고 상쾌한 느낌을 주는 공감각 현상(synesth럖ies)에 도달한다. 향기는 육체와 정신 사이에 다리(pont) 역할을 하는 것으로서, 상징하는 데에도 그 역할이 크다. 시인의 영혼 속에서 육체의 세계(감각)와 이상의 세계(정신)가 서로 상응하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이 시는 소네트로서 전통적인 규칙을 다소 어겼지만 운율과 음향적인 효과에 역점을 둔 작품이다. 전체적으로 장엄하고 엄숙한 리듬을 띠고 있으며, 마지막 부분에서는 어조가 점점 높아지면서 마침내 정신과 감각의 환희를 노래하는 승리의 찬가가 우렁차게 울려퍼지면서 시를 끝맺게 된다.

2) 시에서 유추(analogie)
보들레르는 이 시의 첫 연에서 ‘자연은 신전이다’라고 표현했지만 여기서 자연은 숲을 나타내며 숲은 기둥과 같은 나무줄기가 있으므로 신전의 기둥과 나무줄기(살아있는 기둥)를 유추(類推)한 이미지(l’image par analogie)에 의하여 표현했다. 유추한 과정을 도표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숲 살아 있는 기둥

바람소리,새소리 등 기도
(막연한 대화)


시인 을 파악함

친근한 시선으로

시인은 흡사 신(神)과 같은 존재이므로 위의 도표상의 중간 단계(숲, 살아있는 기둥)를 생략하고 ‘자연은 신전이다’라고 명명(命名)할 수 있다. 여기서 신전은 정신적인 세계와 물질적인 세계가 합쳐지는 곳으로서 시인이 추구하는 이상적인 세계에 들어가기 위해서 신전을 통하여 들어가야 한다. ‘막연한 대화’는 숲(자연) 속에서 생기는 바람소리, 새소리, 벌레들의 웅성거리는 소리 등 자연의 소리로서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한갓 자연의 소리로 들리지만 시인에게는 친근한 대화로서 들린다. 시인만이 ‘막연한 대화’를 알아들을 수 있으며 이 소리는 ‘상징의 숲’이요 일종의 ‘기도’와 같은 것이다. 신앙인이 기도를 통하여 신과 대화하고 기도하는 장소가 ‘신전’(교회)인 것과 같이 ‘막연한 대화’는 시인에게 일종의 상징으로 이상적인 세계에 들어가기 위한 수단이다. 시인이 자연과 서로 대화할 수 있고 자연과 서로 통하고 상응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자연의 신비와 비밀은 ‘상징의 숲’(상징)으로 표현되고 있다. 따라서 ‘상징의 숲을 통하여 거기에 이른다’란 표현은 상징적인 표현으로 시인이 자연의 신비를 나타낸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상징으로 시인이 미(美)의 절대적인 경지인 이상적인 세계에 들어갈 수 있다는 뜻이다.
이상적인 세계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자연(물질적인 세계)와 인간(정신적인 존재)의 상응은 물론이고 시인 자신이 지닌 감각들 간의 교감(交感)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자연의 신비를 포착하는 능력은 시인의 정신 능력이 아니라 인간의 감각들을 바탕으로 합리적인 사고를 초월한 마음의 상태에서 생긴다.

3) 시의 분석
1연: 두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첫 문장(1~2행)은 ‘자연’이란 말로 시작되고, 둘째 문장(3~4행)은 ‘사람’이란 말로 구성되어 있다. 이 연에서는 자연과 인간(시인)과의 상응을 나타내고 있다. 자연에는 가시적인 세계(le nature visifle)와 불가시적인 세계(la nature invisible)가 있다. 여기서 ‘신전’은 가시적인 세계로서 초자연적인 세계나 초현실적인 세계의 표상이다. ‘신전’은 신비로운 세계를 나타내며 동시에 정신 세계와 물질적인 세계가 마주치는 장소이다.
자연의 비밀이나 신비로운 세계는 보통 사람들의 감각으로서는 포착될 수 없고 시인의 상상력에 의하여 포착된다. 자연의 신비를 포착할 수 있는 시인은 자연과 상응할 수 있다. 자연은 상징을 제공하여 우리의 감각을 통해 정신 세계와 상응하고 우리의 인식을 환기시켜 준다. 시인이 자연의 비밀과 신비를 파악하게 됨으로써 자연과 시인은 친근한 시선으로 서로 바라보게 되고 ‘어렴픗한 대화’를 나누게 된다.
1~2행은 자연을 신전으로 유추함으로써 가시적인 지상 세계와 보이지 않는 천상 세계간의 상응을 암시하고 있고, 3~4행은 인간과 자연과의 상응을 나타내고 있다. 또한 1~2행은 정적(靜的)인 세계를 나타내는 자연의 모습을 ‘자연은 신전이다’로 표현하면서 ‘이다’(etre)의 동사를 사용했고, 3~4행은 자연과 인간과의 관계를 나타내기 위하여 ‘지나가다, 이른다’(passer)라는 동적(動的)인 동사를 사용했다. 자아의 모습을 나타내는 가장 중요한 말은 ‘어렴픗한 대화’로 표현하면서 자연의 소리들을 시인만이 알아들을 수 있는 막연한 일종의 대화로 생각되는 것이다. 또한 3~4행에서 가장 중요한 표현은 ‘상징의 숲’이다. 자연이 나타내는 신비와 ‘막연한 대화’는 상징으로 밖에는 나타낼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자연과 시인은 서로 비밀이 통하고 대화가 통하는 친근한 관계, 상응하는 관계이기 때문에 ‘친근한 시선’으로 서로 바라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2연: ‘향기와 색채와 소리가 서로 교감한다’는 이 시행은 보들레르의 공감각의 표현을 나타내는 상징주의의 미학이 요약된 것이다. 인간의 감각 중 후각(les parfums), 시각(les couleurs) 및 청각(les sons)을 동원하여 서로 교감(交感)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 세 감각 사이에 있는 장벽과 경계선이 무너지고 시인의 마음 속에 ‘통합’(統合)이 이루어지는 심상(心象)을 나타내고 있다. ‘통합’이란 시인이 여러 감각들 사이에 공감각(共感覺)이 이루어져 공감각의 경지에 도달하게 될 때 그의 마음속에 영혼의 통일이 이루어짐을 뜻한다. 각 감각의 경계선을 초월하여 여러 감각들의 통합, 여러 감각이 일치된 공감각의 상태를 ‘통합’으로 표현하면서 이 말을 강조하고 있으며 여러 개의 형용사로 수식하고 비유하고 있다.
2행의 단어인 ‘통합’이란 명사를 중심으로 형용사가 앞뒤로 수식하고 있는데 이 형용사들도 모두 강조되어 있다는 사실도 간과할 수 없다. ‘통합’앞에는 ‘컴컴하고 심오한’으로 수식되고, 뒤에는 ‘밤처럼, 광명처럼 광활한’으로 수식되어 있다. ‘통합’이란 말은 원래 철학적인 의미를 가진 말이다. 시인이 공감각의 경지에 도달할 때 마음 속에 느끼는 것이 ‘영혼의 통합’이다. 이렇게 공감각의 경지에서는 질서, 아름다움과 평화로움, 황홀함과 기쁨 등을 느낄 뿐이다. 이러한 현상을 ‘멀리서 혼합되는 긴 메아리처럼’으로 비유하면서 표현했다. 2연의 공감각 현상의 내용은 3~4연에서 구체적으로 다시 묘사되고 있다.
3~4연: 3연에서 9, 10행은 후각인 향기가 다른 감각들(촉각, 청각, 시각) 사이에 교감하는 공감각의 현상을 향기에 비유해서 설명하고 있다. 또한 11행 이하에서는 정신과 감각 사이에 상응을 설명하고 있다. 시인의 마음 속에서 감각의 세계가 어떻게 정신의 세계와 상응할 수 있으며, 양자의 상응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것이 3~4연이다. 감각 세계들의 상징들이 여기서는 향기들이며, 육체와 정신의 상응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공감각 현상이다. 향기가 보들레르의 시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은 누구나 다 잘 알고 있다. 보들레르에게 향기는 정신과 육체 사이에 다리 역할을 하는 것으로 등장한다.
9~10행에서 향기를 환기시키는데 ‘어린애 살결처럼 신선한 향기’, ‘오보에 소리처럼 부드러운 향기’ ‘초원처럼 파란 향기’로 비유하고 있다. 우리가 향기를 어떻게 묘사할 것인가? 그것은 우리의 언어에서 표현의 한계성 때문에 표현할 수 없다. 그러나 시각과 청각과 촉각에 호소하면서 세 감각들 사이에서 생기는 공감각의 경지에서 우리는 그 향기를 느끼게 된다. 보들레르는 후각의 이미지(l’image olfactive)를 세가지 감각, 즉, 촉각과 청각과 시각의 교감을 통해 공감각 현상으로 환기하고 있다.
3~4연에서는 보들레르가 향기에 대한 심리적 의미(le sens moral du parfum)를 부여하고 있는데, 그것이 시로 표현되었다. 향기를 심리적 의미에 따라 시인은 두 종류로 나누고 있다. 시인의 마음 속에서 감각(육체)의 세계와 정신의 세계간의 상응을 보여주고 있는데, 그것은 향기가 일으키는 공감각 현상에 의하여 가능하다. 용연향과 사향은 더럽고 관능적인 향기이며, 안식향과 훈향은 신선하고 정신적인 향기인데, 이 두 종류의 향기는 상응하며 이 향기들은 ‘육체와 정신의 환희를 노래한다.’
첫째 향기는 감각과 감정 사이에 교감을 일으키며 정신적인 암시를 하는 향기들이며, 둘째 향기는 감각과 정신 사이에 교감을 직접 불러 일으키는 향기들(그외 다른 향기들)이다. 용연향과 사향, 안식향과 훈향의 순서가 육체적인 것에서 정신적인 것으로 승화되고 있고, 그 향기들은 ‘썩은 향기’에서 비롯된다. 이러한 향기들이 ‘같이’(comme)란 표현의 도움으로 촉각, 청각, 시각의 이미지로 확대되고 동시에 정신적인 의미로 차원이 높아지면서 우리의 인식을 환기시키고 있다.
3~4연에서는 향기, 색채, 소리가 일으키는 공감각 현상에 의해 감각과 감정 사이에 교감으로부터 시작하여 그 교감이 육체와 정신의 차원에까지 확대되어 무한히 퍼져나간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단적으로 나타내는 것이 ‘무한한 것을 확대하는’이란 표현이다. 이 표현에서 나타내는 것처럼 확대의 의미와 함께 교감의 단계로 더욱 확대된다. 이러한 현상이 정신과 육체가 일치된 환희를 주기 때문에 ‘정신과 감각의 환희를 노래하게 된다’.
이 시는 모두 장중한 운율로 구성된 소네트이다. 이 시는 전통적인 규칙을 그대로 따르지는 않았다. 보들레르는 3∼4연을 한 문장으로 묶어 놓았을 뿐만 아니라 운(rine)의 배치가 전통적인 것에서 벗어나게 했다. 내용에 있어서도 전반부 2연의 4행시(quatrains)와 후반부 2연의 3행시(tercets)가 모두 정확한 시어와 장중한 운율로 구성되었으며 전체적으로 엄격하게 엄선된 시어들로 구성되어 있다.


Ⅳ.

보들레르는 그의 시에서 인간 조건인 우수가 아름다운 걸작품을 창작할 수 있다는 확신에서 우수를 중심으로 인간의 이원성 문제를 진지하게 다루었기 때문에 위대한 현대시의 창시자가 된 것이다. 우리 인간에게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우수는 누구에게나 공통적으로 제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우수와 인간의 이원성을 중심으로 다룬 그의 시가 모든 독자들에게 공감을 일으키고 큰 감명을 줄 수 있다.
또한 『악의 꽃』은 시어(詩語)를 쇄신시킨 작품이다. 보들레르의 시어는 치밀하게 계산되고 엄선된 것으로 내용을 압축하고 있으며 상징적인 효과와 음악적인 효과를 가지고 있다. 바로 이러한 시어를 구사했기 때문에 근대 순수시인 중에 한 사람인 보들레르는 시의 방향과 질을 바꾼 현대시의 창시자가 될 수 있었다.
이 세상에는 그 시대나 사회의 목소리와 조류를 잘 대변하는 천재가 있는 반면에, 극히 개성적이며 독창적인 성격을 가진 특이한 천재가 있어서 당대에는 이해되지 못하지만 후대에 가서야 이해되고 영향을 끼친 경우가 있는데, 보들레르는 후자의 경우이다. 그가 이해되고 그의 시의 진가가 알려지기까지에는 많은 세월이 흘러야 했고, 많은 오해와 비난과 박해를 받은 뒤에 비로소 현대시의 원조(元祖)로 추앙받게 되었다.◑ (한국외국어대 불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