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자작시
드라이플라워 - 심은섭(현대시, 2018년 12월호)
자크라캉
2019. 1. 4. 17:43
사진 : https://blog.naver.com/leebrosintb/220734975069
드라이플라워
심은섭
혈액 공급이 끊어진지 오래다 푸른 신경 한 올도 보이지 않는다 어두움을 가득 실은 완행열차가 태워준 포장마차 석쇠 위에서 영혼을 굽는 냉동소라는 아니다 아직 결정되지 않은 죽음의 층계를 닦고 있을 뿐, 여전히 초승달의 심장이 뛰고 있다
낙엽이 그의 죽음을 슬퍼하는 부고장이라고 누구는 말했다 어떤 이는 카라반의 낙타가 사막에 묻어둔 북두칠성이라고 소리치면서 거울에도 비춰지지 않는 사형수의 고독이라고 우기며, 돋보기를 쓴 명리가도 알 수없는 회전목마의 운명이라고 했다
베링해협을 횡단한 연어의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을 때 기억에서 사라지던 변두리들의 재생이다 죽음의 살 속으로 내 이름을 묻고 싶지 않는 알제리의 흰 태양이다 저 어두움을 거부하며 인적이 지워지는 저녁에 사제가 집전하는 부활절 미사다
-출처 : 2018년 『현대시』1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