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자작시

아버지의 여자(2017년, 〈부모니을 그리는 시 111선〉재수록-(백교효문화선양회)-심은섭 시인

자크라캉 2018. 3. 11. 23:26


                                    <사진 출처 : 따뜻한 하루>

http://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12251270&memberNo=2387944


버지의 여자

    

 

심은섭

 

 

 

그는 달빛소나타를 연주하는 악기였다 열여덟 살을 통과하지 못한 목련꽃이었다가, 명품 화장품으로 얼굴을 가린 초승달이다가, 한 사내를 조폐공사로 착각하는 형광등이었다가, 오전에 시작한 통화가 개밥바라기별이 떠올라야 끝내는 홈쇼핑 쇼호스트,

 

분열을 시작한다 흰 이빨로 덤벼드는 보릿고개를 이단옆차기로 무너뜨리는 여자, 그의 가슴을 짓이겨도 기어이 내 이름을 기억하는 인주밥 같은 여자, 법률가들이 하얀 양심을 증명해 준 여자, 저녁노을이 이마로 숨어들어도 못 본체하는 여자, 지금은

 

천만근의 나의 업을 올려놓아도 가라앉지 않는 섬이다 아니다 빈 터널을 빠져나간 완행열차의 기적소리다 먼 곳에서 들려오는 천둥소리에 흰머리를 풀어 천상의 계단을 닦는 여자, 1m가량 서쪽을 남겨놓은 석양인줄 알면서도 립스틱을 짙게 바르는 여자

 

 

 

-2017, 〈부모니을 그리는 시 111선〉 게재(백교효문화선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