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자작시
심은섭 시인 - 반인泮人-심은섭 시인
자크라캉
2017. 11. 9. 23:22
<사진 : shleej2003님의 블로그>에서 캡처
반인泮人
심은섭
서울 반촌泮村에 주소를 두고 사는 편놈泮人이다
독방은 늘 습하고 한 밤중이다 가끔,
응달에서 찾아온 겨울마저
자작나무 창살에 부딪쳐 예리하게 노려보았다
누구의 회유로 울음이 가득 밴 암소를 도살할 때
어떤 가수가 ‘석별의 정’을 불러준 것은
피비린내를 맡아야 내 하루가 더 연장되기를
기원하는 기도였으므로,
백정이라고 불러서는 안 된다 나는
선지피로 양반의 허풍을 살찌운 셰프일 뿐이다
연회장에서 꼭두각시놀이와 가면극을 공연할 때
석류가 붉고 또 붉게 울어준 것은
맘마미아 뮤지컬을 내 스스로 기획공연했다는
창백한 고백이므로, 나를
행사에 동원된 알바생으로 취급하지마라
K-POP를 부르는 아이돌그룹의 원조일 뿐이다
역사여!
목청 돋구어 더 이상
천민으로, 백정으로 부르지 마라, 나는
소크라테스적 멋과 니체적 정열로 살았을 뿐이다
-2017년, 『현대시』 10월호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