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자작시
레몬향의 김여사 이력서 - 심은섭 시인
자크라캉
2017. 5. 21. 21:44
-사진 ,도안 6단지 센트럴시티>님의 카페에서 갭처
http://cafe.daum.net/doanhumansia/DqDT/82?q=%B4%C4%C0%BA%20%B3%EB%B8%F0&re=1
레몬향의 김여사 이력서
심은섭
한 잔을 마셔도 블랙커피만 마시던 여자, 발등에 개미 한 마리 지나가도 소리치던 여자, 초미니스커트를 맹신하던 여자, 한 정거장을 가도 꼭 택시만 타고 가던 여자
여자가 아닌 여자, 헤라클레스가 된 그 여자, 만삭의 몸을 여덟 번 풀어낸 그 날부터
손바닥으로 바퀴벌레를 단숨에 때려잡는 여자, 노점에서 찬밥 덩어리 달게 먹는 여자, 고열을 내는 아이 업고, 30리 길을 달리던 여자, 다방 커피도 맛있게 먹는 여자
내가 그렇게 만든 여자, 내가 훔친 여자, 시간이 어디론가 끌고 가려는 그 여자
오래도록 입덧을 하던 곳간의 문을 닫은 여자, 두 다리가 하얗게 홀수가 된 여자, 날마다 두 귀가 개기월식 하는 여자, 시간의 박물관에서 박제가 되어가는 여자
-출처 : 2017년 『백교문학』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