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자작시

심은섭 - 어느새(2016년 <시와세계> 가을호)

자크라캉 2016. 9. 21. 14:16



<사진: 다음 뉴스 연예스포츠>에서 캡처



느새

      

심은섭

      


얼굴이 없는 새가 내 탯줄을 물고 날아간다 그러자 동사무소, 전화번호부, 은행지점 등에서 내 이름이 각각 분리되었다 그리고 그 이름은 태양 아래에서 그 새가 물어다준 고정관념을 숭배하기 시작했다.

 

부채질을 끝낸 팔월이 경련을 일으킬 거라는 것과 황금빌딩이 자신의 발문수를 재고 간 탐정을 매수할거라는 것과 어떤 사내가 골목길에서 꼬부라진 혀로 낡은 유행가를 편곡한다는 것과 암호를 잊은 여자가 7호선 9번 출구를 찾지 못하고 그 새를 따라 갔을 거라는 풍문에 대해, 그러나

 

그 새의 뒷모습을 닦으며 나는 그 고정관념을 배교하기에 다다랐다 그것은 자전거의 은빛 페달도, 카뮈의 뫼르소의 뜨거운 태양도, 칠성사이다의 흰 거품도, 칸나와 정사를 끝낸 말복도 알고 있었으므로,


 


-출처 : 2016년 <시와세계> 가을호.






<약력>

 

* 심은섭

* 문학박사

* 시인 and 문학평론가

* `04년 시 전문지 월간『심상』으로 시인 등단.

* `06년 『경인일보』 신춘문예 詩부문 당선.

* `08년 『시와세계』로 <문학평론가 > 등단

* (현)가톨릭관동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