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자작시
지명수배자 제5호(부제:비빔밥)-심은섭
자크라캉
2015. 3. 31. 00:05
사진: <마세코 하정숙 토속음식>님의 카페에서 캡처
지명수배자 제5호
-비빔밥
심은섭
가공품 박람회가 아니다
철없는 가을이 당긴 방아쇠에 선지피를 흘리는 10월이 한 손에 가슴 뻐개진 석류를 들고 있고, 암탉이 산란한 둥근 울음이 반월로 떠 있다 경전의 행간과 행간사이를 걷던 앉은뱅이호박도 약사여래불을 닮아간다 수은주의 눈금이 빙점 아래로 이동하는 시간, 강문앞바다는 초록 깃발로 펄럭이며 기호로 서 있다 하여,
어깨에 활을 두른 아프리카 부족들이 춤추며 제의하는 제단이다 뒷골목을 어슬렁거리는 승냥이들에게 달빛 한 컵을 건네며 회개를 권유하는 테레사수녀이고, 정장차림의 본적을 들고 찾아온 고층빌딩과 면담 중인 들깨밭이다 허공에 쇠파이프를 박아놓고 부동액 같은 혈액을 퍼 올리는 오이꽃들의 붉은 눈시울이다 아니다
지구를 갓 구워내는 섹스파티이다
2014년 《열린시학》 겨울호
<약력>
* 심은섭
* 문학박사
* 시인 and 문학평론가
* `04년 시 전문지 월간『심상』으로 시인 등단.
* `06년 『경인일보』 신춘문예 詩부문 당선.
* `08년 『시와세계』로 <문학평론가 > 등단
* (현)가톨릭관동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