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자작시
지명수배자 제4호-겨울-/심은섭
자크라캉
2014. 3. 12. 01:02
<사진 출처 : flickr_Andrek>-'아주 특멸한 하루'카페에서 캡처
지명수배자 제4호 / 심은섭
-겨울-
선자령이 붉게 앓던 생리통이 끝날 무렵이다 그는 죽은 태양을 두 어깨에 둘러메고, 어떤 인기척도 내지 않은 채 침입했다 비밀회의를 끝낸 첩보원의 눈빛으로 빈 방을 마구 뒤졌다 그때, 세면기는 스스로 쩌-억하고 이마에 금을 냈다
패물을 찾지 못한 그는 폭력을 휘둘렀다 하얀 고엽제로 지상의 길을 지웠다 옥탑방에 흰 피를 수혈하던 수도꼭지의 혈관을 터트리고, 변기를 무참하게 두 동강이를 냈다 보일러는 의식을 잃었고, 방범용 CCTV는 아예 눈을 감았다 하지만,
니크롬선햇살이 완강히 저항하자 산수유 목덜미로 강물이 흐르고, 장단지엔 살이 올랐다 어떤 단서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화장실타일은 철없이 들뜨기만 했다 푸른 어둠을 몇 잔 마시고 일찍 잠들었던 파출소가 새앙쥐처럼 눈을 떴다
2014년 <현대시> 3월호
[심은섭 시인]
l `04년 시 전문지 월간「심상」신인상으로
l `06년 「경인일보」신춘문예 詩부문 당
l `06년 제1회 「5.18문학상」
l `08년 「시와세계」로 <문학평론가> 등단
l `09년 제7회 「강원문학 작가상」 수상
l 시집으로 『K 과장이 노량진으로 간 까닭』
l (현)관동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