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자작시
정신분열증환자 / 심은섭
자크라캉
2014. 2. 18. 00:15
사진<하나의 학사>님의 카페에서 캡처
정신분열증환자 / 심은섭
낮달이 고층빌딩피뢰침에 찔려 피를 흘린다
새벽이 죽어간 자리에 핀 오후
찬바람에 죽은 꽃들을 위해 겨울 내내 알몸으로
시위하는 백일홍나무들도
칼날이 칼등이 그리워 폭력을 휘두르는 일도
산사의 범종소리가 마을을 서성거리는 일도
그리움에 지친 환자들이다
눈동자가 일제히 동해바다를 응시하고 있는
덕장의 명태들도
마네킹처럼 서서 왼쪽방향으로 얼굴을 고정시킨
지하철 승강장 사람들도
그리움에 미친 정신분열증 환자들이다
소금은
염전이 그리워 어제처럼 또 그렇게 녹아내린다
2013년 <심상사> 1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