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자작시

단단한 눈물-심은섭

자크라캉 2012. 5. 12. 19:35

 

 

           사진<29illust group>님의 카페에서 캡쳐

 

 

 

 

단한 눈물

 

 

 

 심은섭



 1. 냄새

 코가 의심하지 않는 향기, 달콤한 몸짓이다 가끔 분노를 동반한다 상처 뒤에 숨은 설움이다 이별의 둥근 기호다 슬픔과 동행 한다 증명하지 못한 과학자의 고뇌다

 

 2. 모양

 난장이의 성장통 소리, 눈뜬 호수다 아프리카의 소녀다 실개천이 불어난 폭포이고 어머니 눈에서 추락하는 별똥이다 지상으로 자살을 시도하는 빙벽이다 악성 종양이다

 

 3. 색깔

 잉카제국의 붉은 벽돌이고, 돌에 스며든 달빛이고, 눈 속에서 몸 푸는 매화다 빙어의 내장이다 마지막 휴일이다 개봉하지 않은 편지봉투다 일 원짜리 동전 뒷면이다

 

 4. 맛

 단맛과 쓴맛의 경계에서 서성이는 슬픔이다 근거 없는 소문 한 접시다 비극이 구워낸 비명이다 기타 일 번선 울림이다 모눈종이 속의 눈금들이다 발자국 하나 없는 A4용지다 붉은 개미들이 이빨 가는 소리다




계간 『시인정신』 2011년 봄호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