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몬향의 김여사 이력서/심은섭 -웹진 시인광장선정 2011년 올해의 좋은 시
사진<김해대동중20회동기회>님의 카페에서
웹진 시인광장 선정 2011년 올해의 좋은 시 1000[534]레몬향의 김여사 이력서 - 심은섭

2011년 올해의 좋은 시

웹진 시인광장 선정 2011년 올해의 좋은 시 534
레몬향의 김여사 이력서 / 심은섭
한 잔을 마셔도 블랙커피만 마시던 여자
발등에 개미 한 마리 지나가도 소리치는 여자
초미니스커트를 맹신하는 여자
한 정거장을 가도 꼭 택시만 타고 가는 여자
여자가 아닌 여자, 헤라클레스가 된 그 여자
만삭의 몸을 여덟 번 풀어낸 그 날부터
손바닥으로 바퀴벌레를 단숨에 때려잡는 여자
노점에서 찬밥 덩어리 달게 먹는 여자
고열을 내는 아이 업고, 30리 길을 달리던 여자
다방 커피도 맛있게 먹는 여자
내가 그렇게 만든 여자, 내가 훔친 여자
시간이 어디론가 끌고 가려는 그 여자
오래도록 입덧을 하던 곳간의 문을 닫은 여자
두 다리가 하얗게 홀수가 된 여자
날마다 두 귀가 개기월식 하는 여자
시간의 박물관에서 박제가 되어가는 여자
[약력]
[심은섭 시인]
l `04년 시 전문지 월간「심상」신인상으로
l `06년 「경인일보」신춘문예 詩부문 당
l `06년 제1회「5.18 기념재단」<문학상 작품 공모> 詩부문 당선 수상
l `08년 「시와세계」 겨울호로 <문학평론가> 등단
l `09년 제7회 「강원문학 작가상」 수상
l 시집으로 『K 과장이 노량진으로 간 까닭』(문학의전당, 2009)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