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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진주신문가을문예 당선작]-알츠하이/박미선

자크라캉 2011. 1. 7. 13:33

 

 

[2010년 진주신문가을문예 당선작]

 

 

알츠하이/박미선

 

 

어느 날, 나는. 구름이 찔끔찔끔 흘리고 간 볼트를 주워 먹다 돼지우리로 들어왔다 찌지직, 뚝, 뚝

 

<나는 참새> 나는

 

전깃줄 잘라 고무줄놀이를 한다 살찐 돼지, 털로 새끼줄을 꼬아 목에 채웠다 코에 코뚜레를 끼우고 밤의 팬티를 갈아입혔다 가슴살 조금씩 잘라 밥상보를 만들자 앙상해진 두 다리가 콘센트에 꽂혔다 조잘거리던 혀를 뽑아, 나는

 

돼지의 기억들로 수의를 만들고 있다 눈에선 쌀뜨물이 흘러 나왔다 돼지는 머리에 꽃밭을 만들어 나를 유혹했다 뚝배기 안에는 구멍 숭숭한 양말들이 눌어붙어 있다 한 숟가락씩 먹을 때마다 불러오는 건 배가 아니라 허기였다

 

발등에 무화과나무 한그루 심을 수 없다 머리를 주머니에 꾸역꾸역 쑤셔 넣으며 만원이 되길 기다려 보고, 솜사탕을 손가락에 먹여 보기도 한다 돼지 안의 돼지 한 마리 지퍼를 열고 유치원에 간다 비오는 날 대추나무 가지에 네발 사다리를 올려놓고 싶다 아직은 아니라고 안녕, 안녕, 주머니에 넣어둔 만원이 수염을 낳을 될 때까지 잠시 풍선껌을 씹으며 기다려 돼지야

 

묵은 김치를 꺼내려 김치 냉장고를 연다 숨이 하얗게 끊겨 겨울을 내뿜고 있는, 먼저 돼지와 협상한, 어머니의 손 전화 한 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