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비게이션. 2 / 심은섭
사진<좋은글 만남>님의 카페에서
내비게이션. 2 / 심은섭
어금니충치를 상세히 기록하는 탐정이었어요 아니,
기억 속에 꽂혀있는 잠언집이었어/박꽃처럼 살았어요
카드놀이에서 버린 패가 된 나를 안아줬어요 아니,
최루탄가스를 마신 유모차였어/뿔테 안경을 썼다지요
인간관계 개론을 열강 하는 아인슈타인었어요 아니,
태양빛에 녹지 않는 밀랍 날개였어/흰 모자를 썼어요
방향을 타전하는 프로페셔널적 조타수였어요 아니,
청바지를 입은 붉은 개미였어/지금 이 세상에 없어요
발톱을 숨긴 채 방목된 들개의 조련사였지요 아니,
아담의 사과를 훔친 모세였어/꿈 속에서 한번 보았죠
거미줄에 말라 죽은 벌레의 포근한 악취였죠 아니,
허기를 절대신앙으로 믿는 교주였어/서로 포옹했어요
어둠이 도시를 살해하는 어느 저녁
병동입구로 걸어오던 배식차 바퀴소리가 멈추고
침상에 부재 중의 푯말이 걸렸어요
발표 : [2010년 『시인시각』겨울호]
[약력]
[심은섭 시인]
l `04년 시 전문지 월간「심상」신인상으로
l `06년 「경인일보」신춘문예 詩부문 당
l `06년 제1회「5.18 기념재단」<문학상 작품 공모> 詩부문 당선 수상
l `08년 「시와세계」 겨울호로 <문학평론가> 등단
l `09년 제7회 「강원문학 작가상」 수상
l 시집으로 『K 과장이 노량진으로 간 까닭』(문학의전당, 2009)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