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자작시

내비게이션. 2 / 심은섭

자크라캉 2010. 12. 27. 13:04

  

                       사진<좋은글 만남>님의 카페에서

 

 

 

 

비게이션. 2  / 심은섭

 

 

어금니충치를 상세히 기록하는 탐정이었어요 아니,

기억 속에 꽂혀있는 잠언집이었어/박꽃처럼 살았어요

 

카드놀이에서 버린 패가 된 나를 안아줬어요 아니,

최루탄가스를 마신 유모차였어/뿔테 안경을 썼다지요

 

인간관계 개론을 열강 하는 아인슈타인었어요 아니,

태양빛에 녹지 않는 밀랍 날개였어/흰 모자를 썼어요

 

방향을 타전하는 프로페셔널적 조타수였어요 아니,

청바지를 입은 붉은 개미였어/지금 이 세상에 없어요

 

발톱을 숨긴 채 방목된 들개의 조련사였지요 아니,

아담의 사과를 훔친 모세였어/꿈 속에서 한번 보았죠

 

거미줄에 말라 죽은 벌레의 포근한 악취였죠 아니,

허기를 절대신앙으로 믿는 교주였어/서로 포옹했어요

 

어둠이 도시를 살해하는 어느 저녁

병동입구로 걸어오던 배식차 바퀴소리가 멈추고

침상에 부재 중의 푯말이 걸렸어요

 

 

 

 

발표 : [2010년 『시인시각』겨울호]

 

 

 

 [약력]

 

프로필 이미지

 

[심은섭 시인] 

 

                                                 

l      `04년 시 전문지 월간「심상」신인상으로

l   `06년 「경인일보」신춘문예 詩부문 당

l   `06년 제1회「5.18 기념재단」<문학상 작품 공모> 詩부문 당선 수상

l   `08년 「시와세계」 겨울호로 <문학평론가> 등단

l   `09년 제7회 「강원문학 작가상」 수상

l 시집으로 『K 과장이 노량진으로 간 까닭』(문학의전당, 2009)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