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자작시
파꽃 / 심은섭
자크라캉
2010. 12. 27. 12:58
사진<금지중이사회>님의 카페에서
파꽃 / 심은섭
포크레인의 터빈엔진 소리에 밤잠 설친 파꽃들,
파밭에 둘러앉아 마태복음을 읽는다
고무타이어를 신고 살던 완행버스가
레일을 밟는 자기부상고속열차로 진화하던 오후
007가방을 든 정장차림의 먹구름 떼가 몰려 와
푸른 지폐로 파밭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회색 얼굴의 꽃들이 원시림으로 숨어드는 동안,
공장굴뚝 연기로 파꽃의 이마에 하얀 금이 갔다
신발 신은 채 잠든 고층빌딩, 그 허리에 찬
가스총구 속으로 실종된 개구리 울음소리
밤마다 도시의 그림자,
밭둑을 넘어와 양철지붕 마당을 퍼가는 소리에
입술에 몇 채의 물집이 생긴 파꽃, 그
꽃이 피던 땅엔 한 접시의 새벽도 내리지 않는다
발표 : [2010년 『아세아문예』 겨울호 초대시]
[약력]
[심은섭 시인]
l `04년 시 전문지 월간「심상」신인상으로
l `06년 「경인일보」신춘문예 詩부문 당
l `06년 제1회「5.18 기념재단」<문학상 작품 공모> 詩부문 당선 수상
l `08년 「시와세계」 겨울호로 <문학평론가> 등단
l `09년 제7회 「강원문학 작가상」 수상
l 시집으로 『K 과장이 노량진으로 간 까닭』(문학의전당, 2009)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