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자작시
한양고물상의 史記 / 심은섭
자크라캉
2009. 8. 18. 10:33
사진<재경 웅촌면 향우회>님들의 카페에서
한양고물상의 史記 / 심은섭
렌즈가 깨진 아현동 210-737번지
고해성사를 끝낸
알몸들이 앉아있다 무덤을 지고 가는
달팽이도 있다
귀 잘린 종이상자가 하얀
결로 일어선다 그 안에
폐허가 된 도시가 보인다
몰려오는 허리통증, 허리를 받치고 있던
곡선 접의자
흰 뼈를 드러내며 속도를 내던
폐타이어
어릿광대를 닦아주던 늙은
트럼펫
빈 술병의
휘파람소리도 들린다
알몸들을 곁눈으로 바라보던 동사무소
아버지의
할아버지가 지켜 온 고물상
등 굽은 저녁마당엔 깨진
오토바이
백미러 속에 갇힌 수 많은 석양
「지는 것도 빛이 있다」며
눈부신 빛을 뿜어낸다
출처 : 『K과장이 노량진으로 간 까닭』, 문학의 전당,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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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04년 시 전문지 월간「심상」신인상으로 등단
l `06년 「경인일보」신춘문예 詩부문 당선
l `06년 「5.18 기념재단」<문학상 작품 공모> 詩부문 당선 수상
l `06년 제1회 <정심문학상> 수상
l `08년 「시와세계」후반기 겨울호로 <문학평론> 당선
l `09년 제7회 강원문학 작가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