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자작시

한끼가 비어 있는 하루 / 심은섭

자크라캉 2009. 8. 18.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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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숭산초등학교21>님의 카페에서

 

 

 

끼가 비어 있는 하루 / 심은섭

 

 

오전수업 마침표를 찍어내는 종소리가

우물을 빨아 먹던 아카시아 나무를 흔든다

점심시간

교번 38번은 교실을 나간다

늘 한끼가 비어 있는 하루

화단에 앉아 짐승이 떠난 산을 응시하는 고양이다

플라타너스 잎새를 불러와 오래도록

독백을 주고받던 시간 속으로

동쪽 교문에서 서쪽 골대로 비춰오는 햇살에

황토빛 교정은 네모난 카스텔라로 구워진다

눈빛으로 찍어온 카스텔라를 다 먹어도

허기가 채워지지 않는 만찬, 그 자리로

수학 방정식을 풀어 허기진 배를 채우던

검은 뿔태안경 낀 비둘기 한 마리가

억센 사투리로 어깨 위에 얹힌 절망을 털어주며

교실로 밀어 넣는다 이제

책갈피 마다 숨어있는 허기 채울 길을 찾는

마지막 퍼즐게임을 끝내고

늦은 밤 점심을 먹는다

 

 

출처 : 『K과장이 노량진으로 간 까닭』, 문학의 전당, 2009.

 

 

 

 

 

 프로필 이미지

                                                  

 

l     은섭

l      `04년 시 전문지 월간「심상」신인상으로 등단

l      `06년 「경인일보」신춘문예 詩부문 당선

l      `06년 「5.18 기념재단」<문학상 작품 공모> 詩부문 당선 수상

l      `06년 제1 <정심문학상> 수상

l      `08년 「시와세계」후반기 겨울호로 <문학평론> 당선

l      `09년 제7회 강원문학 작가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