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자작시

쇠똥구리는 쇠똥을 먹지 않는다 / 심은섭

자크라캉 2009. 3. 13.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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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숙진의 수필사랑>님의 카페에서

 

똥구리는 쇠똥을 먹지 않는다 / 심은섭

 

 

마구간 옆 가죽나무 뿌리에 세 들어 사는

쇠똥구리

007 제임스 본드를 뺨친다

암소 항문에서 생을 마감한 별똥 떨어지는 소리에

잽싸게 맨발로 달려 나간다

 

전봇대에 포물선 오줌 발 그리던 만취된 사내들

속눈썹이 없는 얼굴

섬뜩한 톱날 집게

저승을 흐르는 스틱스* 강이라며

쇠똥 속에 갇힌 그를 천형天刑이라고 했다

 

밤마다 그를 경멸하며 밤마다 제

별똥을 밟던 사람들

날마다 샴페인을 터뜨릴 때, 그는

배설물을 처리 한다

덤불파리 한 마리 살지 못한다

 

치매에 걸린 사람들 입에 넣어줄

형이상학적 경단을 빚고 있을 뿐, 그때

혓바늘이 돋은 지구의

흰 뼈들

푸른 신음소리를 내고 있다

 

 

 

*그리스 신화의 강의 여신 명계의 강, 뜻은 혐오스럽다

 

 

 2009년 『심상』1월호

 

 

 

 프로필 이미지

                                                  

 

l     은섭

l      `04년 시 전문지 월간「심상」신인상으로 등단

l      `06년 「경인일보」신춘문예 詩부문 당선

l      `06년 「5.18 기념재단」<문학상 작품 공모> 詩부문 당선 수상

l      `06년 제1 <정심문학상> 수상

l      `08년 「시와세계」후반기 겨울호로 <문학평론> 당선

l      `09년 제7회 강원문학 작가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