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춘수 시인
葉篇 二題 / 김춘수
자크라캉
2008. 9. 10. 13:04
사진<울산이 좋은 이유>님의 카페에서
葉篇 二題 / 김춘수
늪
眉壽 지난 이무기는 죽어서
용이 되어 하늘로 가고
놋쇠 항아리 하나
물먹고 가라앉았다. 지금
개밥 순채 물달개비 따위
서로 삿대질도 하고 정도 나누는
그 위 아래,
산
그가 그려준 산은
짙은 옻빛이다.
그런 산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는데
볼 때마다 지긋이 내 어깨를 누른다.
없는 것의 무게다.
죄를 짓고
간이 크다는 것은
간이 바람맞았다는 그 뜻이다.
우스리강을 건너면서 라스코리니코프는
새삼 깨닫는다.
강을 다 건너자
으루나무숲을 눈보라가 휘몰아친다.
온산을 울렸는데도 겨우
들쥐가 한 마리 죽어 있다.
죽음 곁에는 아무도 없다.
죽음은 제 혼자 울다가 바람이 되어
제 혼자 어디론가 가버린다.
시베리아는 너무 넓고 너무 춥다고
라스코리니코프는 새삼
깨닫는다.
눈 위에 철새들이
발자국을 남기지 않는다.
너무 寞寞하고
발이 너무 시리다고,
- 2000년「시안」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