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춘수 시인
시(詩) 1 / 김춘수
자크라캉
2008. 9. 8. 17:09
사진<부용사십이회>님의 카페에서
시(詩) 1 / 김춘수
동체(胴體)에서 떨어져 나간 새의 날개가
보이지 않는 어둠을 혼자서 날고
한 사나이의 무거운 발자국이 지구(地球)를 밟고 갈 때
허물어진 세계(世界)의 안쪽에서 우는
가을 벌레를 말하라.
아니
바다의 순결(純潔)했던 부분을 말하고
베고니아 꽃잎에 듣는
아침 햇살을 말하라.
아니
그 울음과 굴뚝을 말하고
겨울습기(濕氣)와
한강변(漢江邊)의 두더지를 말하라.
동체(胴體)에서 떨어져 나간 새의 날개가
보이지 않는 어둠을 혼자서 날고
한 사나이의 무거운 발자국이
지구(地球)를 밟고 갈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