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춘수 시인

天 使 / 김 춘 수

자크라캉 2008. 9. 8. 17:00

 

                       사진<하늘소리(약목성당성가대)>님의 카페에서

  使 / 김춘수
 

  거울 속에 그가 있다.
  빤히 나를 본다.
  때로 그는 군불아궁이에
  발을 담근다.
  발은 데지 않고 발은 군불처럼 피어난다.
  오동통한 허벅지
  날개를 접고 풀밭에 눕는다.
  나는 떼놓고
  地球와 함께 물도래와 함께
  그는 곧 잠이 든다.
  나는 아직 한 번도
  그의 꿈을 엿보지 못하고
  나는 아직 한 번도
  누구라고 그를 불러 보지 못했다.


2001「현대문학」 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