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춘수 시인

겟세마네에서 / 김춘수

자크라캉 2008. 9. 5. 11:04

 

 

                              사진<둘 다섯 밤배>님의 카페에서

 

세마네에서  / 김춘수

꿀과 메뚜기만 먹던 스승,
허리에만 짐승 가죽 두르고
요단강(江)을 건너간 스승
라비여,
이제는 나의 때가 옵니다.
내일이면 사람들은 나를 침 뱉고
발로 차고 돌을 던집니다.
사람들은 내 손바닥에 못을 박고
내 옆구리를 창으로 찌릅니다.
라비여,
내일이면 나의 때가 옵니다.
베드로가 닭 울기 전 세 번이나
나를 모른다고 합니다.
볕에 굽히고 비에 젖어
쇳빛이 된 어깨를 하고
요단강(江)을 건너간 스승
라비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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