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춘수 시인

타령조 10 / 김춘수

자크라캉 2008. 8. 6. 11:02

 

사진<강원고 전자통신과13회모임>님의 카페에서-서대문 형무소의 유관순

 

령조 10 / 김춘수

이세반도伊勢半島에서 온 오토미

네 말을 빌리면

지형이

태평양을 바라고 기어가는 거북이 모양인 밀감밭에서

밀감은 따지 않고

바다에만 먼눈을 팔다가 일터를 쫓겨난 오토미

빠 쿠로네꼬의 여급이 된지

채 열흘이 안 되는 오토미

오토미의 손등은 나이보다 늙고 꺼칠했지만

오토미의 볼과 이마는 이세반도의 밀감밭의

밝은 밀감빛이었다고 할까

나이 열다섯만 되면 마음이 익는다는

이세반도에서 온 열아홉 살 오토미의 눈에는

그 커단 눈에는

태평양보다는 훨씬 적지만

바다가 너울거리고 있었다

오토미, 너는 모를 것이다

그로부터 일 년 뒤

세다가야 등화 관제한 하숙방에서

시도 못 쓰고 있는 나를

한국인 헌병보가 와서 붙들어 갔다

오토미, 참 희한한 일도 있다

어젯밤 꿈에

이십 년 전 네가 날 찾아왔더구나

슬픔을 모르는 네 커단 두 눈에는

태평양보다는 훨씬 적지만

바다가 여전히 너울거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