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춘수 시인

타령조(打令調) 1 / 김춘수

자크라캉 2008. 7. 28. 15:51

 

 

 

 

 

  

 

 

 

 

 

 

 

 

 

 

 

 

 

 

 

 

 

 

사진<상운중학교 총 동창회>님들의 카페에서

 

령조(打令調) 1 / 김춘수

 

 

  사랑이여, 너는
  어둠의 변두리를 돌고 돌다가
  새벽녘에서
  그리운 그이의
  겨우 콧잔등이나 입 언저리를 발견(發見)하고
  먼동이 틀 때까지 눈이 밝아 오다가
  눈이 밝아 오다가, 이른 아침에
  파이프나 입에 물고
  어슬렁어슬렁 집을 나간 그이가
  밤, 자정(子正)이 넘도록 돌아오지 않는다면
  어둠의 변두리를 돌고 돌다가
  먼동이 틀 때까지 사랑이여, 너는
  얼마만큼 달아서 병(病)이 되는가,
  병(病)이 되며는
  무당(巫堂)을 불러다 굿을 하는가,
  넋이야 넋이로다 넋반에 담고
  타고동동(打鼓冬冬) 타고동동(打鼓冬冬) 구슬채찍 휘두르며
  역귀신(役鬼神)하는가,
  아니면, 모가지에 칼을 쓴 춘향(春香)이처럼
  머리칼 열 발이나 풀어뜨리고
  저승의 산하(山河)나 바라보는가,
  사랑이여, 너는
  어둠의 변두리를 돌고 돌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