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춘수 시인

내가 만난 이중섭 / 김춘수

자크라캉 2008. 7. 28. 10:09

               사진<해뜨는 나라인>님의 블로그에서

 

 

가 만난 이중섭 / 김춘수

 

광복동에서 만난 이중섭은

머리에 바다를 이고 있었다

동경에서 아내가 온다고

바다보다 짙한 빛깔 속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눈을 씻고 보아도

길 위에

발자국이 보이지 않았다

한참 뒤에 나는 또

남포동 어느 찻집에서

이중섭을 보았다.

바다가 잘 보이는 창가에 앉아

진한 어둠이 깔린 바다를

그는 한뼘 한뼘 지우고 있었다

동경에서 아내는 오지 않는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