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지발표작

이탈 / 박서영

자크라캉 2008. 4. 20. 13:10

 

 

  
사진<자파리세상>님의 블로그에서

탈 / 박서영  

                                              

 

  누가 제 몸의 서랍을 열어 탁탁 털어낸다

  꽃들이 쏟아진다

  흉부에 찍힌 칼무늬 상처를

  꽃잎이라 부르고 싶은 저녁

 


  무덤 속에서

  제비꽃 같은 별들이 달아나고 있다

  복사꽃 같은 달은 이미 멀리 떠난 모양

  나는 무서워서 봄밤에도 멀리 떠나지 못한다

  공회전을 하는 자는

  궤도를 이탈하지 못하는 자다

  한 자리에 쭈그리고 앉아

  두개골을 열었다가 닫는다

 


  누가 제 몸의 서랍을 자꾸 열고 닫는가

  꽃 피고 꽃 진다

  젖꼭지가 불룩 일어선다

  가늘게 찢어진다

 

 

<웹진 시인광장 2008년 봄호 발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