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좋은 시
生外라는 말 / 김우섭
자크라캉
2008. 4. 11. 09:48
사진<이대부고를 졸업한 사람들의 모임>님들의 카페에서
生外라는 말 / 김우섭
가을도 다 가고,
영종 지나 용유도 어디쯤
오래 전 지어진 초등학교
낡은 복도 한 쪽에
生外라고 쓴 목간 현판 하나
삶의 바깥이라니
잔돌 해변을 걷다 보면
가끔 발치에 와 부딪는 빈 병들
잘려나간 낭떠러지
위태롭게 걸린 소나무를 향해
말없이 붉어지는 석양
그들이 모인 이 곳은 뭍의 바깥이 아닌가
나조차 붉은 바깥이 되기 전에
돌아가야 하리
작은 운동장을 질러
어두워진 뱃터를 찾아갈 때
밤은 하루를 지난 바깥이로군
가려진 휘장처럼
흐느적거리며 흘러가는 물결을 내려다보네
生外라는 말
그 안에
누가 새겨 넣은 길인 듯
짙어가는 심연을 따라
길게 물고기들 헤엄쳐 갈 때
< 2008 젊은 시 >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