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좋은 시

오른손잡이 / 현택훈

자크라캉 2008. 4. 11. 09:47

 

 

사진<몽골을 알자>님의 카페에서

 

른손잡이 / 현택훈


특기 란에 무엇을 적을 지 몰라
고심하는 사이 시계에 나뭇잎이 돋았네.
새로 가입한 카페에선 문전박대를 당하고,
화요일 오후 두 시에 정기간행물실에 앉아있으니
책벌레가 내 귀를 갉아먹네.
뭐 특별한 재주도 없이 성적은 中下
고등학교 연합고사에서 떨어지고,
학력고사에서 떨어지고,
전문대 갔다가 적응 못해서 휘청거리다가,
신체등급 1급 현역! 내 생애 첫 합격이었네.
수류탄을 쥐었을 때, 절실히 느꼈네
난 오른손잡이야.
막노동판에 나갔더니 잘 하는 게 뭔지 내게 물어
나는 雜夫가 되었네.
소주를 오른손으로 들이키고
버스에서 본 갈래머리 아가씨 눈앞에 선해
집으로 들어와 바지를 내려,
이미 뜨거워진 그것을 쥐었을 때,
절실히 느꼈네 난 오른손잡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