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자작시

음주운전/심은섭

자크라캉 2007. 12. 5. 09:58

 

                        사진님의 블로그에서

 

주운전 / 심은섭

 

문신 가득 새긴 석간신문이 통로에 넙죽 엎드려있다

폭행을 일삼는 술주정뱅이 아비를 넥타이로...

제 눈을 파 먹는 기사 한 줄

전나무 가지가 부러진 北天별자리로 어미는 떠나고

아비의 등뼈가 허리춤 밑으로 내려앉은

단칸방 아이들

총부리보다 배고픔이 더 무서웠던가

온 몸에 악성 슬픔이 감염되어 언어를 잃어버린

눈이 큰 짐승들

백열 전구가 하품을 하며 흔들리는

포장마차 플라스틱 의자에 섬으로 떠 있다

접시에 처방전을 내 놓는 주인

멸치 서너 마리에 360 링거 세 병

유리잔 속에서 숨 고르던 25° 수액

말발굽소리 내며 개 짖는 산기슭 어둠까지 닿았다

슬픔의 독

흩어지지 않는다

속 비워 낸 술병 주둥이에 물집이 부푼다

진실이 정면으로 비켜 서 있어

일원짜리 동전에 생의 페달을 밟던 사람들

그 푸른 눈들이 구명운동 서명란에 하나 둘씩 모여

브레이크가 파열된

소녀의 음주운전을 말리고 있다

 

2007년 『우리시』 12월호

 

 

 

<약력>

 

* 심은섭

* 강릉시 성내동 13번지 출생

* `04년 시 전문지 월간「심상」 신인상

* `06년 「경인일보」 신춘문예 詩부문 당선

* `06년 「5.18 문학상」 작품 공모 詩부문 당선

* 한국문인협회 회원

* 한국 카톨릭 문인협회 회원

* E-mail : shim80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