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지발표작

사랑의 방식 / 오세영

자크라캉 2007. 11. 14. 09:43

 

                  사진<편안한 시간 보내다 가세요~사진가>님의 플래닛에서

 

랑의 방식 / 오세영

 

얼릴 수만 있다면

불은 아마도 꽃이 될 것이다.

끓어오르는 불길을

싸늘하게 얼리는 튜립,

불은 가슴으로 사랑하지만

얼음은 눈빛으로 사랑한다

어찌할꺼나

슬프도록 화려한 이 봄날에

나는 열병에 걸렸어라.

추위에 떨면서 닳아오르는

내 투명한 이성(理性),

꽃은 결코 꺾어서는 안되는 까닭에

눈빛으로 사랑해야 한다.

밤새 열병으로 맑아진

내 시선 앞에서

싸늘하게 타오르는 한 떨기 튤립.

 

2002『현대시』5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