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과 수필

素材 충격 / 金 詩 憲

자크라캉 2007. 7. 2. 17:03

수필작법9.

 

材 충격 /  金 詩 憲

“하늘”이라는 제목을 주어서 글을 쓰라고 한다면 그때부터“하늘”에 대한 생각을 해 보아야 한다. 이것은 제재를 먼저 결정해 놓고, 주제를 그 속에서 찾는다고 할까?

그러나 대게의 글은 주제를 먼저 결정하는 것이 바른 순서라고 할 수 있다. “무엇을 쓸 것인가?”하는 의도가 정해져야 그 의도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소재를 생각하게 된다. 소재는 “무엇으로 나타낼 것인가?”의 물음에 해당되는 분야라고 할까?

이 세상의 삼라만상은 소재가 될 자격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주제가 요구하는 의도에 따라 그 많은 소재는 선택을 받게 되어 주제와 관련이 있는 일부분만이 글 속에 동원된다. 이때에 동원되는 소재를 특히 제재라고 말한다.

소재가 결정되면 우선 그것이 가진 속성을 분석해 보아야 한다. 그 소재 안에 어떤 철학이 잠재되어 있는가? 주제를 만족시키기 위한 어떠한 철학의 진실이 그 안에 가로 놓여 있는가를 살펴보면서 주제와 강한 인연을 가진 부분을 추출해 내야 한다.

몸소 체험해 본 소재면 더욱 자신을 가지고 그 글을 쓸 수 있고 생소한 소재라면 그때부터 직접 체험의 기회를 만들어 볼 수도 있고 아니면 새로운 관심을 주어서 그 소재가 내포하고 있는 여러 속성을 찾아 낼 수밖에 없다.

세상에는 수많은 사람이 살고 있지만 그중에서 자기의 관심을 보내면서 사귀고 있는 사람은 수가 많지 않다. 애정을 두고 사귀는 친구에 관해서 아는 것을 말해보라고 말 한다면 그의 환경이며, 성격이며, 생활이며, 또는 인생관까지도 소상히 이야기 힐 수 있다. 이는 평소에 관심을 주어왔기 때문에 어느 사이에 얻어진 그에 대한 지식이다. 글도 마찬가지로 애정이 가 있던 소재여야 제재로서 선택될 기회가 생기고 또 그 소재에 대해서 이야기 할 수 있는 내용이 풍부해 질 수 있다.

작자가 어떤 소재에 관심을 보내느냐 하는 문제는 인생관과 사상과도 관계가 깊지만 그 범위생활의 폭을 말하기도 한다. 수필이든, 시든, 소설이든, 소재가 풍부하다는 것은 생활이 풍부하다는 것을 의미하며, 그것은 나아가서 폭넓은 작품을 쓸 수 있는 기저가 마련되어 있다는 것을 이야기 하기도 한다.

그런데 여기에 한그루의 노송이 있다고 하자. 그 노송을 바라보는 사람의 비극적인 인생관을 가지고 있고 한다면 노송에서 어떤 철학을 찾아 낼 것인가? 모르지만 그는 아마 노송에서 다가오는 생명의 종말을 생각하고 허무를 느낄 것으로 안다. 그러나 낙관적인 인생관을 가진 사람이 노송을 쳐다보았다면 인생의 여유 있는 결실을 연상하고 그것에서 어떤 종류의 낭만을 가져 볼 것이다. 물질주위의 인생관을 가진 사람이 노송을 쳐다보았다면 그 나무에서 얼마만치의 돈이 나올 것인가를 계산해 볼지 모른다. 이는 같은 종류의 소재 일지라도 바라보는 사람의 눈에 따라 의미는 아주 다르게 나타낼 수 있다는 한 예가 된다.

몇 천년을 두고 수많은 문인들이 글을 써 왔다. 그렇다면 아직 다루어 보지 못한 새로운 소재란 없을 것이 아닌가? 헌대도 사람들은 새로운 글을 쓰기 위해서 자기의 친분을 끊임없이 닦는다. 그것은 소재의 새로움을 찾기보다 소재를 바라보는 눈에 새로움이 있다는 것을 믿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많은 체험을 가슴속에 축척해 간다. 그 축척은 때로 표면을 부유하게도 하지만 대개는 깊은 곳에 숨어서 자취를 감추어 버린다. 그 숨은 체험의 흔적이 바다 속의 돌멩이처럼 어떤 때는 사람의 손에 잡혀서 밖으로 올라오는 수가 많다. 한 알의 체험이 가슴 밑바닥에서 고개를 들자면 그만한 어떤 충격이 주어져야 한다. 길을 걷다가 어떤 생각이 떠와서 그 생각의 끈을 따라 창고 속에든 체험이 눈을 떠 올 때도 있고 예기치 않던 사태에 직면해서 그 자극으로 체험의 무덤에 동요가 오기도 한다.

말하자면 사람의 내부에 잠재하는 소재가 수필에 동원되자면 어떤 계기가 주어져야한다. 별다른 계기도 없이 의식적인 노력에 의해서 소재를 동원ㅎ야 될 경우도 있다. 그런 때는 계기라는 추진력이 작품을 이루는데 에 더 많은 힘이 든다. 충격이 강하면 강할수록 소재가 주재를 향해서 모여드는 응집력은 강하다. 그것은 충격이라는 동력이 주제의 배후에서 발동기 역할을 해주기 때문이다.

수필의 소재는 글에 바로 이용되는 경우가 많다. 소설과 시는 소재가 우화되어서 이용되기도 하고, 상징되어서 이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수필은 (본 대로 느낀 대로) 직접 글속에 얼굴을 내민다.

어떤 수필은 소재의 나열뿐으로 끝나는 경우가 있다. 소재가 나열만으로 끝나는 수필은 독자가(그래서 어쨌단 말인가?)하는 반문을 하고 싶어진다. 소재를 통해서 의미를 전달해야하는 것이 수필이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미식가에게 맛이 있는 요리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우선 질이 좋은 요리의 재료를 선택해야한다. 재료가 나쁘면 요리사의 솜씨가 좋아도 그 힘을 다 나타내지 못한다. 무, 배추, 고추, 마늘, 파 등 수많은 재료 중에서 무엇이 자기의 요리의 재료로 끌어오느냐? 이것은 요리사의 생각에 달려있다. 재료의 배합을 고루 잘해서 한 작품을 완성해 놓으면, 그 안에 맛이 생기고, 향기가 생긴다. 맛이 있고 향기가 있는 작품은 따라서 영양가치도 있다.

미식가가 아니라 해도 이왕이면 누구나 향기 좋고 맛좋은 요리를 먹고 싶어 한다. 그래서 소재를 잘 선택한다는 것은 좋은 수필을 쓰기위한 기초 조건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