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좋은 시
위독/ 김 왕 노
자크라캉
2007. 6. 20. 11:20
사진<네티즌 초록꿈사랑본부>님의 카페에서
위독 / 김 왕 노
위독은 거대한 짐승입니다.
위독한 사이 철학자가 되기도 하고 울부짖는 얼굴이 되기도 합니다. 숨겼던 진실을 각혈하듯 게워내기도 합니다. 위독한 자는 심연에 가라앉은 고래가 되어 잠들지 않는 뇌로 우주를 명상하기도 합니다. 위독하다는 소식이 짐승 한 마리로 먼 길을 밤 새워 왔을 때 나는 날 간 같은 영혼을 던져주려 했습니다. 살 몇 근 거뜬히 베어주려 했습니다.
일생에 몇 번 위독이란 짐승이 되었을 때
스스로의 살점을 녹여 뼈마디까지 드러나게 한답니다.
무엇을 지탱하기 위해 살가죽을 밀며 드러나는 뼈마디들인지
죄마저 끝까지 버티게 해주는 뼈마디의 의도가 어디에 숨어있는지
결국 죽음 속으로 무너져가면서도 왜 쉬 삭아 내리지 않고
마지막까지 관속의 어둠을 견디는 뼈인지
후략의 말 뒤에 무엇을 덧보태고 싶은지 스스로 묻기도 한답니다.
멀리서 그대 위독이란 짐승이 되어 누워있습니다.
그대에게서 철철 쏟아져 내리는 마지막 말들이 자귀나무 뿌리를 적셨는지 미루나무 뿌리를 적셨는지 창밖의 계절은 독 오른 듯 푸르다는데
그대 이제 이승의 살점 다 빠지고 뼈만 앙상해진 위독이란 짐승
사랑이고 그리움이고 다 말라가 피골이 상접한 짐승
그러나 지금은 본성이 살아나 밤하늘을 향해 우우 울부짖는
지상의 마지막 순결한 한 마리 짐승
나마저 화답해 우우 우는 밤이 산맥을 넘어 강을 건너
저렇게 성큼성큼 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