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좋은 시
나는 밤마다 거울 속에 물을 준다 / 김승희
자크라캉
2007. 5. 22. 16:55

나는 밤마다 거울 속에 물을 준다 / 김승희
난수표 같은 절망은 자금회전이 안 됩니다. 이곳에선 희망만이 현금 유통되고
있어요, 희망을 환불하려고 거울 창구 앞으로 다가서면 희망이란 얼마나 하잘 것
없는 잔돈 푼인지, 거대한 절망의 허물 수 없는 어음이 비한다면 희망이란 얼마나
소소한 푼돈인지, 나는 밤마다 화분 속에 물을 준다, 이 生에서 이 꽃을 볼 수 없
다 하여도, 나는 밤마다 거울 속에 물을 주고, 절망에 죽음을 보탠 그 몸짓으로 밖
에 나는 그 선인장 꽃을 가꿀 줄을 모르니
-「나는 밤마다 거울 속에 물을 준다」 中에서 -
김승희(1952년~ )
1973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그림 속의 불>이 당선
시집<태양미사>, <왼손을 위한 협주곡>, <미완성을 위한 연가>,
<달걀 속의 生」,<어떻게 밖으로 나갈까>,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싸움>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