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지당선작
이장移葬 / 한승태
자크라캉
2007. 2. 25. 17:24
사진<100% 유기농 몸에 좋은 통티모르 커피>님의 카페에서
2002년 [현대문학] 신인상 당선작
移 葬 / 한승태
한여름 윤달이 뜨고
한 가지에서 뻗어나간 가족들이
저승과 이승을 가로질러 한자리에 모였다
상남의 산골에서 내려오신 할아버지와
내린천 골짜기에서 나오신 작은할머니
성남의 시립묘지에서 오신 큰아버지 내외분
제일 가까운 해안의 뒷골목에서 유골 대신
몇 가닥의 머리카락만 보내오신 큰할머니와
공원묘지에서 나를 보내신 아버지
사촌형들은 말없이 구멍를 팠다
야트막한 산은 마치 여자의 음부처럼 둔덕이었다
지관은 음택이라고 했다
나는 그게 왠지 음핵처럼 들렸다
잣나무 그늘에 누워 뼈를 말리는 망자들
나는 검불을 긁어모았다
여기저기 떨어진 삭정이는 꼭 집 떠난 큰할머니의 뼈 같았다
그나저나 어디로 가신 걸까요, 할아버지
알수없는 작은 벌레들이
그 나뭇가지를 갉으며 아기처럼 울었다
패찰을 든 지관의 말에 따라
망자은 다시 동서남불을 가려 누웠다
망자의 집이 꼭 애기집 같았다
아내의 뱃속에서 둘째가 자꾸 발길질을 했다
* 한승태 : 1968년 강원도 내린천에서 태어나 가원대 불문과를 졸업했다
1992년"강원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