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좋은 시
겨울의 入口에서 / 김현승
자크라캉
2006. 11. 23. 15:05
사진<늘~ 처음처럼 사랑하는마음으로~>님의 블로그에서
겨울의 入口에서 / 김현승
땅에서 나는
꽃들이 아무리 어여뻐도,
하늘에서 내리는 첫눈만큼
땅을 사랑하지는 못한다.
그의 마른 손등에 입맞추고,
그의 여윈 어깨를 가득히 안아주고,
그리고 나선 사라져
마지막엔 그의 뼈속까지 깊이깊이
스며들진 못하다.
五月의 풀밭이
아무리 알뜰하여도,
十二月의 흙만큼 다습고 깨끗하진 못하다.
오랜 친구를 위하여
포도주의 단 맛을 지하실에
깊이깊이 숨겨두고,
어린 씨앗들의 머리를
어둠 속에 쓰다듬어 주고,
그리고 나서
한푼어치 개구리의 할딱이는
숨통마저도,
뛰는 너의 脈처럼 조심성스럽게
품어 주진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