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 한마리 사진<모든상품 제시가에 드림>님의 플래닛에서 구두 한 마리 / 길상호 일년 넘게 신어온 구두가 입을 벌렸다 소가죽으로 만든 구두 한 마리 음메- 첫울음을 울었다 나를 태우고 묵묵히 걷던 일생이 무릎을 꺾고 나자 막혀버리는 길, 풀 한 줌 뜯을 수 없게 씌어놓은 부리망을 풀어주니 구두가 길을 .. 문예지발표작 2006.07.13
시의 갈비뼈를 뽑고 싶다2 사진<말끄미>님의 플래닛에서 시의 갈비뼈를 뽑고 싶다 2 / 경 신 섹스를 마치고 놈은 맥주에 젖은 양말을 서둘러 신었다. 맥주가 마 를 때까지 놈이 떠나지 않을 거라던 예상은 수포로 돌아갔다(놈은 떠 날 땐 뒤도 돌아보지 않는다.). 홀딱 벗은 몸뚱이에 발목까지 오는 꽃 분홍 양말이 섹시하다. .. 문예지발표작 2006.07.13
한 순간 사진<1958>님의 플래닛에서 한 순간 / 배영옥 한순간 제 몸을 수축시켜 색이 짙어지는 것 어느 순간 색이 진해진 것들은 나머지 생을, 전심전력, 순간에, 집중했다는 것이다 어느 지점까지 꽃은 남은 물기를 꽃잎에 모아보고, 제일 마지막 남은 힘은 불타오르는 꽃의 둘레를 그린다 색이 진해지면서 .. 문예지발표작 2006.07.11
울음 사진<언냐는 못 말려>님의 플래닛에서 울음 / 배영옥 스무살 때 엄마가 세상을 떠났다 나는 상복을 입고서도 울지 않았다 먹은 것 다 토해 내고 우황청심환을 먹었다 내 울음은 오래전에 죽어 있었던 것 죽어 있는 울음을 다시 불러 들이는 어떤 방법도 나는 알지 못했다 죽음과 울음의 불가분의 .. 문예지발표작 2006.07.11
모래로부터 먼지로부터/장석원 사진<다빈치>님의 플래닛에서 모래로부터 먼지로부터 / 장석원 천원 한 장을 구걸하는 남자 떠오르는 돌멩이 같은 비들기들 처음 와본 곳 같다 어떤 명령에 의해 걸음을 멈추었을까 뒤를 돌아본다 움푹 패어 있다 한움큼 뽑혀나간 듯하다 광장은 쪼개지는 곳 바람이 그러하듯 광장은 중심을 지니.. 문예지발표작 2006.07.06
서로 울다 / 허림 사진<사랑하세요>님의 블로그에서 서로 울다 / 허 림 풍천리 송선생님 작업실에 누에처럼 누어 듣는 새 울음 밤새도록 울고 나면 산기슭 어슬렁거리는 안개와 물박달 나무 이슬 터지는 소리 그 소리 그 소리. 누가 알것냐 저 새의 생의 절반이 울음인 것을 울음의 절반이 내게로 건너왔다 서로의 .. 문예지발표작 2006.07.04
맨발 / 문태준 사진<개똥이>블로그에서 맨 발 / 문태준 어물전 개조개 한 마리가 움막 같은 몸 바깥으로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죽은 부처가 슬피 우는 제자를 위해 관 밖으로 잠깐 발을 내밀어 보이듯이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펄과 물 속에 오래 담겨 있어 부르튼 맨발 내가 조문하듯 그 맨발을 건드리.. 문예지발표작 2006.07.03
빈궁 / 마경덕 시인님 사진<슈쥬,동방욕설 금지구요,카페 욕설,불펌 금지 입니다>님의 플래닛에서 빈궁 / 마경덕 시장골목 사천 원짜리 보리밥집 점심나절 친목계가 열렸다 입심 좋은 동네 아줌마들 꽁보리밥에 수다를 얹어 배불리 먹고 공짜로 주는 커피도 마신다 말수 적은 마산댁, 커피 대신 홀몬제라며 조그만 알약.. 문예지발표작 2006.06.26
청량리, 灣 사진<S2tree 딸 ㄱ 1>님의 플래닛에서 청량리, 灣 / 천서봉 구불구불 뇌 속, 웅크린 상점의 여자는 뜨개질 중이네. 너울너울 나 비처럼 순한 춤처럼 그녀의 입속에서 길들이 흘러나오네. 모든 길은 꽃 피우고 거기 나무 세웠네. 거미의 꽁무니로 빠져나가 는 저녁, 탄식의 갓길 위로 나를 걷게도 했네. .. 문예지발표작 2006.06.23
개미/ 오남구 사진<추억을담고싶은>님의 블로그에서 개미 / 오남구 ―노자의 벌레5 산성의 행궁지에서 내려오는 길 계곡 너럭바위에 걸쳐 앉은 해가 해말간 얼굴, 맑은 물에 씻고 있어 물속에 담근 내 발이 부끄럽습니다. 슬며시 눈길을 돌리고 바라본 개미 3mm쯤의 일꾼 3이 엎디어서 서쪽 방향으로 물푸레나무 .. 문예지발표작 2006.06.21